설악산은 세계유수의 명산 어느 관광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천혜 대자연의 빛깔을 갖추고 있다. 청정바다, 호수, 온천과 더불어 산업화가 부족한 이 곳 사람들의 영원한 삶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설악산 길목은 30년 넘는 쇠락의 길에서 낡은 상가와 모텔 주변엔 잡쓰레기들이 나뒹굴고 끈으로 굳게 매어있는 출입문은 세월의 풍파를 버거워하는 양 무겁고 쓸쓸하다. 화려했던 간판조차 낡아 흉물이 되어 있고 바람에 날아간 모텔 지붕은 뼈대만 앙상하며 창틀은 깨진 채 을씨년스러운 설악산의 길목은 세상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모텔상가폐기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어둠이 깔려오면 불빛을 잃은 검은 건물과 궁색한 가로등만 길목을 지키고 있을 뿐, 불 켜진 상가나 모텔도 손님조차 보기 힘들다. 정녕 설악산의 길목은 귀곡성의 꺼진 촛불 같은 관광지가 되어버렸는가.
설악산으로 가는 도로 역시 시즌이면 교통 체증으로 분노와 원망의 소리가 높다. 소공원 목적지까지 3㎞ 짧은 구간임에도 무려 1~2시간 이상 지루함에 지쳐 무거운 핸들을 꺾고 되돌아가는 길은 분노로 가득하다. 작년 7월에는 설악동 상인들이 소공원에 있는 상가와 주차시설 폐쇄를 촉구하고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과 더불어 관계자들을 직무유기로 검찰고발도 불사하겠다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들의 행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발 수용되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상인들마저 투명하지 못한 처신과 갈등으로 설악의 봄은 요원하기만 하다. 제도권조차 반세기가 가깝도록 발전이라는 명분만 앞세운 장밋빛 공약의 무능함으로 가슴을 응어리지게 한다.
1980년초 김철호 회장의 설악산 관광레저사업 비전을 필자는 기억한다. 해안과 산악을 연계해 양양 물치다리 밑에서 설악단지까지 대수로(大水路)를 건설하여 배를 타고 가는 환상의 물길을 기획했다. 멈춘 꿈을 한탄케 했던 그날을 떠올리면서 짧은 지면을 빌려 감히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설악산 활성화를 위한 범시민 대책위원회 테스크포스(Task Force)팀 구성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설악산 활성화를 위한 크고 작은 조직들의 분열과 소모적인 갈등만 있었을 뿐이고, 실속 없는 자신들만을 위한 목소리를 내온 그야말로 유명무실했다.
둘째 설악산 목적지를 모텔상가 운집 지역인 B․C지구로 해야 한다. 마(魔)의 설악산 진입도로 개선은 설악산 문제해결의 초석이다. 따라서 설악산 A지구 주차장을 폐쇄하고 B․C지구 주차장을 3층으로 증설해 속초시민이 참여하는 ‘속초시민주식회사’가 A지구 매표소에서 B,C지구 구간에 ‘순환레일전차’ 등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이 대중교통수단의 사업권은 보상 차원에서 종교단체가 운영토록 해야 한다. 셋째 설악산 길목에 있는 모텔과 상가를 정부에서 매입하거나 투자자를 찾아줘야 한다. 우선 정부가 나서 설악산 활성화를 위한 모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여 설악산을 완전한 종합관광지로 복구하여 선의의 약자를 구제해야 한다. 넷째 선출직 지역 의원은 설악산을 완전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불변의 사명감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설악관광이 공익적 가치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차별화된 관광기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선출직 의원들의 의지가 확고해야한다. 어떤 시대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의식전환이다.
우리의 생각이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한 우리가 지향하는 21세기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대도시는 대도시다운 규제로 성장했다. 제도권의 명석한 두뇌와 열린 자비의 나눔, 모텔상가 업주들의 뒤엉킴 없는 울림으로 지혜를 모아 가슴 아리는 슬픈 설악의 길목을 세계인이 머물고 갈수 있는 휴양지로 만들어야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이곳 삶의 방식도 우리다운 목소리를 내야한다. “설악산이 살아야 속초가 살고 강원도가 산다”는 우리의 생존 방법이 실현될 때까지 모두 함께 끝임 없이 외쳐야 할 것이다.
이대길
전 속초신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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