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이 들어 있는 소설집이 발간됐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한 이찬옥 작가가 지난 8일 펴낸 두 번째 소설집 <메종>(문학나무 출판사)이다. 소설집은 10개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으며, 그 중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이 ‘속초가 좋아서 서울에서 온 치과’이다.
중년의 여성인 주인공이 마음의 공백을 주체할 수 없어 찾아간 속초. 동부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린 주인공은 해변을 둘러본 후 청초호 둘레길을 걸으며 상념에 잠긴다. 화자의 언어로 표현되는 풍경들은 마치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독자에게 다가온다. 호수길이 끝나고 시내로 들어온 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길 건너편에 있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여인의 간판과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병원이름이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속초로 온 이유는 오로지 이곳에 오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병원에 들어선 주인공은 벽에 걸려있는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보며 대학시절 잠시 사귀었던 남자친구를 회상한다. 자신의 치통으로 인해 약속장소에 가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사람….
치과의사가 점심외출에서 돌아와 대기실을 지나칠 때, 모딜리아니 그림에 빠져있는 여인의 뒷모습을 본다. 그 여인의 순번이 되어 별 생각 없이 상담과 진료를 시작한 의사는 진료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대학시절 추억이 되살아나게 된다.
이 작품은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 요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버스터미널과 속초해수욕장, 시내의 풍경, 병원 외부 및 내부 구조, 치과의사와 그의 아내, 속초에 자리 잡는 스토리 등이 사실과 유사하다. 한편, 주인공과의 스토리는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되며 독자에게 흥미진진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 책에 있는 열 개의 단편소설 중에 반 정도는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반상회나 여고 동창 등,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상생활 속의 스토리들이 등장한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구성되다 보니,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닌 수필집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1년에 천만 명이 찾는다는 속초, 영북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도 웬만한 속초의 거리와 음식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정도이다.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의 동선은 독자로 하여금 그 길을 따라 문학기행으로써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작품이 일일 드라마 혹은 TV 문학관 등으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일면식도 없는 치과의사에게 책의 발행일에 맞추어 불쑥 책을 보내왔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수많은 맛집들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하는 속초, 이번에는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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