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들의 낮은 사회·역사의식에 대해 이미 지적을 하였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대략 언급을 하였다. 음악 그 자체의 특징 때문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런 이유 외에도 역사적인 이유도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예전에 음악인들의 신분은 그리 높지 못했다. 지면 관계상 조선시대(그 중에서도 예종 원년에서 고종 때까지)만 예로 든다.
조선시대에 전문 음악인은 크게 두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국가기관에 소속된 음악인이었고, 또 하나는 민간사회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이었다.
국가기관 소속 음악인도 소속 관청이 몇 군데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핵심 관청은 ‘장악원(掌樂院)’이라는 곳이었다. 장악원 소속의 전문 음악인으로서 신분이 가장 높은 사람은 전악(典樂)이었다. 전악은 음악감독에 해당하는 신분이었고, 품계가 정6품이었다. 전악 바로 밑에는 종6품의 부전악(副典樂), 또 그 밑에는 정7품의 전율(典律)이 있었다. 지면 관계상 뭉뚱그려 요약하자면, 장악원 소속 전문 음악인은 크게 평민 출신의 악생(樂生)과 천민 출신의 악공(樂工)으로 분류되었다.
장악원에서 최고 직책은 ‘제조(堤調)’라는 직책이었다. 장악원 제조는 정1품 정도의 품계였는데, 전문 음악인이 맡은 게 아니라 문관이 맡았었다. 우의정이었던 맹사성, 그리고 세종 때 아악을 정리했다는 박연이 바로 제조 출신이었다.(이때는 음악을 담당하는 관청의 이름과 조직이 조금 달랐지만)
한 마디로 좀 거칠게 요약하자면, 예전에 전문 음악인들은 음악노예나 음악바보들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 사회의식이나 역사의식을 가지고 싶어도 전혀 그럴 여건이 안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조선시대에 비하면, 신분도 자유롭고 출신 가정 환경은 인문학 전공자들에 비해 더 좋아졌다.(돈 없는 가정의 자녀들은 음악 전공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도 할 수 있고, 예전의 장악원 제조라고 할 수 있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던 국립국악원 원장도 할 수 있다.
민간사회에서 활동하던 전문 음악인들은 더욱 더 천대를 받았는데, 요즘은 대중음악인으로서 인기 스타만 되면, 대단한 사회적 공인으로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전문 음악인들의 사회의식이나 역사의식 같은 것은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좋아진 교육 여건으로 인해 음악적 기량은 엄청나게 향상되었지만.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에서 사퇴하게 된 것도 음악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지휘 실력이 세계 최정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 지휘자들 중에는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는 대인 관계라든가 사회의식 같은 음악 외적인 능력은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교육으로 풀어가야 한다. 음악대학에서 지금처럼 음악만 집중적으로 가르쳐서는 제2의, 제3의 정명훈이 또 나올 수 있다. 인문사회학 과목도 전공 과목 만큼 큰 비중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세상을 바르게, 제대로 사는 법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아이돌 가수 양성 과정은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성공 확률도 그리 높지 않지만, 설사 성공을 해도 그 활동 기간이 잠깐인데, 은퇴 후 엄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교육은 전혀 받지 못한다. 사생활도 없이 그저 노래와 춤만 반복해서 기계처럼 연습한다.
음악가가 음악만 잘하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된다? 그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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