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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한 집에 모여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형제처럼 지내
속초시 청호동 노인복지 맞춤사업 ‘마실채’ / 동주민센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부식 등 지원
등록날짜 [ 2019년04월08일 10시10분 ]

속초 청호동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사업이 하나 있다. ‘마실채’ 사업으로 이는 어르신들이 특정한 한 사람의 집을 친목 도모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로당이 있어도 멀거나 건강상 외출이 쉽지 않는 등 여러 이유로 경로당을 찾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있는 점에 착안하여 이 사업이 시작됐다. ‘마실’은 근처에 사는 이웃에 놀러가는 것을 의미하고 ‘채’는 집을 새는 단위이다. 이 두 단어를 합쳐 주민들이 한집에 모여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하고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개념으로 ‘마실채’ 사업을 도입했다. 마실채 1호는 작년 2월에 생겨 벌써 1년이 넘었고, 2호는 올 3월 만들어졌다. 청호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회장 서창원)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각 호당 매월 10만~15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와 별도로 난방비도 지원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크지 않지만 이웃이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에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지난 2일 청호동주민센터(동장 김영화) 마실채 담당 실무자들이 마실채에 물품을 전달하는 현장에 동행했다.

손정수 맞춤형복지팀장을 비롯한 3명의 공무원이 쌀과 부식 등을 가지고 마실채를 방문하자 어르신들이 너무도 반갑게 맞는다. 마실채 2호에서 물건을 전달하고 뒤돌아서려는데 어르신들이 커피 한 잔 하라며 이들을 붙잡는다.
“어느 아들·딸이 쉽게 장 봐다 주겠어.”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이날 청호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마실채에 지원한 물품은 가래떡, 만두, 조미료, 사탕, 쌀, 휴지 등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담당자들이 직접 각 가정으로 배달하고 있다. 실내로 들어간 담당 공무원들은 마실채 이용자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표를 배부한다. 향후 어르신들에게 후원을 연계할 목적으로 조사 중이다.
실무자들이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말하자 어르신들은 그저 고맙다고만 할 뿐 무엇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손 팀장은 방바닥을 만져 보더니 걱정 섞인 얘기를 한다.
“왜 이리 바닥이 따뜻하지가 않죠. 보일러를 더 트셔야겠네요.”
얼마 전 청호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보일러 기름을 한 드럼 제공했는데 어르신들은 절약이 몸에 밴 듯 충분히 잘 때고 있다고 답한다.

마실채에서 진행한 짧은 회의
안부 인사 이후에 손 팀장은 어르신들에게 마실채 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주민센터에서 지원해서 어르신들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과 장애인 이웃에게 가져다주는 일이 가능한지 의향을 물은 것이다.
“우리도 받기만 할 게 아니라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 함께 반찬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면 서로 좋지 뭐.”
“여기 다 맛있게 하는 사람들이야.”
어르신들도 흔쾌히 찬성하는 분위기 이다.
 “그럼 다들 승낙하신 겁니다.”
손 팀장이 어르신들의 얘기에 밝은 표정을 짓는데 옆에서 한 어르신이 의견을 더한다.
“그런데 반찬을 받을 사람에게도 승낙을 받아야지. 무언가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대화는 마치 새로운 복지 사업을 위한 주민과 공무원 간 짧은 회의처럼 보인다. 마실채에서 주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사업의 방향이 다듬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속 “고맙다”고 하는 어르신들
2호에 이어 방문한 1호에서도 어르신들은 한사코 고맙다고 말할 뿐 본인들이 무엇을 원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르신들에게 바라는 것을 얘기해 달라고 실무자들이 몇 번 얘기해도 어르신들은 “이 정도로도 충분히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드시고 싶으신 거 드려야 저희도 마음이 편하죠”라고 손 팀장이 나서 보지만 어르신들은 그저 미소를 짓는다.
마실채에는 어르신들이 주로 오후에 모인다. 오전에 노인일자리에 나가거나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각 마실채에는 10명 정도의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이 모이고 있다. 1호에는 대체로 80대들이고 2호에는 70대들이 모임을 갖는다. 2호에서는 이따금씩 재미 삼아 화투를 치기도 한다지만, 1호 어르신들은 허리가 아파서 그러진 못하고 TV를 볼 때가 많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어르신들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평생 여기 살면서 서로 형제 같으니까 이렇게 모이니 좋지.”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하고 독거노인이 증가한 요즘 시대에 청호동 마실채 사업은 어르신들에게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청호동 마실채 사업 담당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마실채 어르신들.
마실채의 어르신들이 물품을 가지고 온 담당 공무원들을 환한 표정으로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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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손정수 청호동주민센터 맞춤형복지팀장  
“마실채 3호·4호 계속 만들겠습니다”
- 어떻게 이 사업을 하게 됐나.
△ 어르신들 누구나 다 경로당에 가시진 않는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로당에 마음 맞는 사람이 없으면 어르신들은 집에 계신다. 그런데 가까운 이웃에 어르신들이 모일 곳이 있으면 가기도 쉽고 친목을 다지기도 더 쉽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모여서 안부를 묻고 여가 활동을 같이 하면서 건강하게 사실 수 있다. 전임자가 이런 의미에서 마실채 사업을 준비해 1호를 개설했고 현재 내가 이 사업을 이어받아 2호를 열게 됐다.
- 향후 계획은.
△ 마실채의 어르신들이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리고 의약품도 전달하며 관심이 필요한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실채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미안함이 아니라 자긍심을 갖게 하고 싶다. 앞으로 3호, 4호를 계속 만들겠다.
- 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은.
△ 복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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