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스쿠버다이버 김규영의 살아온 이야기<4> – 타지 생활 10여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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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꿈꾸던 소년, 영업 전문가 되다

등록날짜 [ 2019년04월01일 15시46분 ]

중학교 시절 가세가 기울면서 정신적 방황을 했던 김규영 회장은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자신이 목표로 한 육군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육사 진학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춘천제일고에 부푼 꿈을 안고 입학했다. 군과 특수한 관계에 있던 춘천제일고는 당시 육군사관학교 입학시험을 학생 본인의 책상에서 치를 정도로 입시에 유리한 조건이 주어졌다고 한다.
춘천제일고에는 군 관련 인사들이 많았다. 이사장과 교장은 군 출신이었고 학생들 상당수가 군인을 부친으로 두고 있었다. 그 덕에 군에서 흘러 들어오는 정보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군에서 이북 출신을 배제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를 혼란에 빠트렸다. 함경남도 홍원 출신의 부친을 둔 실향민 2세인 그에게 선배들은 진로를 잘못 정했다는 얘기를 하고는 했다. 그의 방황은 다시 시작됐다.
이후 그는 미대 진학을 생각한 적도 있다. 현재는 아웃도어 활동 전문가인 김 회장은 고교 시절에는 땀 냄새를 싫어했고 축구 같은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혼자서 스케치를 자주 했었고 다른 이들로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를 곧잘 들었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미대 진학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사회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김 회장은 군에 갔다 온 이후 서울의 조그만 여행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직장생활 초기 누구나 그렇듯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지 고민이 컸다. 유명한 기업가의 어록을 찾아 읽었고 직장인들이 애독하는 잡지를 탐독하기도 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영업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면 참가할 때도 있었다. 그는 이를 통해 업무 노하우를 많이 익혔다고 한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차량이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양복을 잘 차려 입고 햄버거를 먹어가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영업을 다녔다. 초기에는 낯선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스스로를 다그치며 용기를 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업계에 그의 존재가 뚜렷하게 각인됐고 20대의 나이에 대기업 계열 관광회사에 중간관리자로 영입됐다.
그의 회사 생활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랐다. 통금이 있을 때였지만 고객 접대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마무리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고 나면 그는 집에 가지도 못하고 사우나에서 셔츠 세탁을 맡기고 잠을 잔 후 다시 출근했다. 그는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자신이 젊은 시절 겪은 고된 회사생활을 떠올렸다고 한다.
영업 수완에 자신이 있었던 김 회장은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회사에 특별한 제안을 한다. 자신이 매출액의 10분의 1을 받을 수 있는 프리랜서로 일하도록 회사에 요구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런 식의 프리랜서 개념이 없어서 회사에서는 거절했다. 젊은 나이에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중간관리자가 이런 요구를 하자 회사에서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요즘이라면 젊은 인재의 이런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최종적으로 회사에서는 김 회장의 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그는 큰 미련 없이 사직을 하고 10여 년 만에 속초로 돌아왔다.
김규영 회장은 속초로 오면서 당시에 많이 나던 명태 관련 사업을 하고자 했다. 사직 전에 시장조사도 마쳤고 즉흥적으로 회사를 관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속초로 돌아온 이후 신기하게도 그해 겨울부터 갑자기 명태 출하량이 급격히 줄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일시적인 거라 생각하며 명태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의 속초 복귀는 처음부터 삐걱댔던 것이다. 그때 이후 3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명태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잘나가던 직장생활을 정리하면서 구상한 그의 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끝나 버렸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규영 속초시요트협회 회장·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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