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플레이스, 고성군 가진 카페 ‘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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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어느 시골 가정집 온듯

등록날짜 [ 2019년03월25일 16시00분 ]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고성군 가진리 짱고갯길로 들어서면 오래된 동화책에서 봤음직한 빛바랜 낡은 건물 몇 채가 나타난다. 순간 잘못 들어왔구나 싶어 돌아가려다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제야 아기자기한 엔틱소품들로 이국적인 멋을 한껏 낸 카페 ‘마리스’가 나타난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고성의 히든플레이스로 통하는 이곳은 귀촌한 부부와 부인의 남동생이 함께 생활하며 운영하고 있다. 벽면마다 가득 채운 빈티지풍의 엔틱 소품들은 유럽의 어느 시골 가정을 찾은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한국에 유학 왔다는 한 영국 청년은 마리스에 올 때마다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단골손님이 됐다고 한다.
카페에 장식된 아기자기한 그릇과 소품들은 부부가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하나씩 사 모은 것이다.
카페 마리스의 장병호(57, 사진) 대표는 지난 2011년 고성으로 오면서 아내와 딸과 생활할 집과 카페, 가구까지 직접 하나하나 만들었다며 카페를 소개했다.
인천에서 철강업에 종사했다는 장 대표는 아내의 권유로 2000년부터 목공도 배우고 양식과 베이커리 학원에도 다니며 지금의 마리스를 조금씩 준비해 왔다.
“전 생각도 없었는데 아내의 성화에 준비하게 됐어요. 잘 다니던 직장도 아내가 사표를 대신 던졌죠. 다른 집 여자들은 시골을 싫어한다는데 우리 집 모녀는 그렇지 않아요.” 장 대표가 마음씨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요즘에야 한 집 건너 커피숍이 있지만 우리가 왔을 때만 해도 커피는 식사 후 서비스로 나오는 차 정도로 인식될 때였어요. 아무리 질 좋은 커피도 소용이 없었죠. 그래서 커피만 팔던 커피전문점에서 돈가스, 피자, 파스타를 파는 지금의 마리스가 됐어요.”
장 대표는 쉬는 날이면 아내와 딸과 전국의 맛집을 탐방하며 마리스만의 메뉴를 만들었다고 한다. 토마토 소스가 듬뿍 들어있는 ‘베이컨 토마토피자’, 담백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크림파스타’, 두툼한 고기에 얇고 바삭한 ‘돈가스’는 미식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잡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홈로스팅기에서 정성스럽게 볶아 4~5일 숙성시킨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마리스의 커피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장 대표가 강추하는 커피는 인도네시아 만델링과 케냐AA다. 인도네시아 만델링은 달콤 쌉싸름한 맛에 다소 거친 느낌이 강하다. 입안을 꽉 채우는 녹진한 농도와 오래도록 남는 뒷맛의 여운 때문에 마니아층이 두텁다. 그러나 커피의 쓴맛이 강해 초심자들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케냐 AA는 향이 풍부하며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은근한 과일 향, 적당한 신맛이 잘 어우러진 대중적인 맛을 가지고 있어 커피 입문자들에게 사랑받는 커피라고 한다.
올해 안으로 카페를 중심으로 멀찌감치 바다를 볼 수 있도록 펜션과 커피전문점을 추가로 신축할 계획이라는 장병호 대표는 “지금처럼 맛있는 음식과 고급스러운 커피 맛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