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금정의 해안 절벽과 바다는 어린 시절 김규영 회장에겐 최고의 놀이터였다. 바다에 뛰어들고 절벽을 오르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이버이자 등산가가 돼가고 있었다.
김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수면에서 하는 수영뿐 아니라 물속 깊이 들어가서 헤엄치는 데에도 능했다. 잠수로 수영을 해서 영금정 앞 조그만 섬인 오리바위까지 가는 것은 친구들과 주로 하는 놀이였다.
김 회장이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때이다. 당시 방파제 공사를 위해 잠수부들이 집 근처에 와 있었는데 김 회장은 그들의 장비를 사용할 기회를 가지며 비교적 어린 나이에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해온 잠수와 등반
김 회장의 등반 경험도 이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적 친구, 그리고 동네 형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영금정의 절벽을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친구나 형들로부터 배운 등반 기술들은 당시 그 명칭만 몰랐을 뿐 전문 산악인들이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예전 속초등대의 남쪽 방향에 새집이 자리한 아늑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의 친구는 거기까지 갈 수 있었지만 김 회장은 그 공간을 눈으로만 동경했었다. 새집이 있는 곳까지 너무도 가고 싶었던 그는 친구에게 사탕을 사주며 그곳까지 가는 방법을 배웠다. 친구는 바위 틈 사이에 손을 펴서 집어넣은 다음 주먹을 쥐어 손이 빠지지 않게 버티는 기술을 알려줬다. 나중에 그가 전문적인 등반교육을 받으면서 그 기술의 명칭이 ‘재밍(jamming)’임을 알게 됐다. 예전 영금정의 아이들은 공인된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상당한 수준의 등산가였던 것이다. 김 회장은 성인이 돼 등반을 전문적으로 배울 때 어릴 적 자신이 하던 기술들이 많아서 쉽게 느껴졌다고 한다.
가끔씩 김 회장에게 다이버나 산악인으로서의 경력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정식으로 훈련을 받기 전 아주 어릴 적부터 이미 친구들과 놀면서 일상 속에서 다반사로 난이도가 있는 잠수와 등반을 했기에 그의 경력기간을 딱 잘라 말하기는 애매하다. 정식 자격을 갖춘 시점이 아니라 전체 경력 기간을 묻는다면 그의 경력은 반세기쯤 된다고 봐도 될 것이다.
집 앞 조선소서 놀면서 배에 관심
속초시요트협회 회장인 그가 배에 관심을 가진 것 역시 어릴 때의 일이다. 김 회장의 어린 시절은 목선의 수요가 많던 시기였다. 예전에는 속초에서 수산물들이 많이 났으므로 배 건조는 활발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1959년 태풍 사라로 인한 재해 이후 배들이 많이 파괴된 관계로 배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어민들이 많았다. 속초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배 목수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조선 경기가 활황이었다.
예전 영금정 김 회장의 집 앞에는 조선소가 있었다. 이전 시기 사람들은 조선소를 ‘뱃공장’이라고 불렀다. 해안 절벽에 올라가면 소년 김규영의 눈은 뱃공장으로 향했다. 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에게 흥미롭게 비춰졌다. 또한 그의 이모부는 당시 속초에서 유명한 배 목수였다. 군에서 찾아와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목선을 의뢰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다고 한다. 김 회장은 전남 진도 출신인 그의 이모부가 일하는 조선소에서 심부름을 하면서 뱃공장을 놀이터 삼아 누볐다.
김 회장의 기억에 의하면 당시의 배 목수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유선형의 배를 만드는 목수가 있는 반면, 직선으로 목재를 이어붙인 배를 만드는 목수도 있었다. 김 회장은 배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도 신기했다. 목수들은 밤늦게까지 불을 피워놓고 목재를 가열하며 기다란 나무를 곡선으로 가공해냈다. 그리고 목수들은 자귀를 이용해 목재를 정교하게 타격해서 다듬었다. 먹줄을 그어놓은 지점을 커다란 자귀로 정확하게 내려치는 것이 지금 돌이켜 봐도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김 회장은 어릴 적 이렇게 배를 만드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이것이 그가 요트를 몰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됐다.
젊은 시절 김 회장은 작은 도시 속초에서 태어난 것이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속초에서 경험한 일들이 그의 삶에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느낀 순간 김 회장은 속초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규영 속초시 요트협회 회장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새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영금정 오리바위. 김규영 회장은 어린 시절 오리바위까지 잠수를 하면서 헤엄쳐 오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이버가 돼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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