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강원도육상연맹 주관으로 춘천에서 개최된 제60회 3·1절 기념 제60회 단축마라톤대회 여고부(10㎞)에서 속초여고 김가인(3년)이 작년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같은 학교 김지현(2년)은 3위에 올랐다. 여중부(5㎞)에서는 설온중학교 유소빈·소원(3년) 쌍둥이 자매가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 결과를 보면 속초 여자 육상의 탄탄한 저력이 보인다.
김가인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사의 권유로 육상선수로 활동하게 됐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육상을 계속하다가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대회에 다시 나갔다가 육상이 재밌게 느껴져서 계속 운동을 해오고 있다. 김가인은 “육상은 하기 싫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속초여고 육상부 김은정 지도자에 따르면 김가인은 집중력이 좋고 아플 때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다. 또한 중학교 이후 매년 기록이 향상되고 있으며, 전국대회에서도 메달을 따거나 순위권에 들 정도의 실력을 갖춰 향후에 일취월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설온중 유소빈·소원 자매는 청대초등학교에 다닐 때 육상을 시작했다. 소빈이가 학교에서 계주를 잘해서 교사의 권유로 운동을 먼저 시작했고 몇 개월 후 소원이도 함께 하게 됐다. 소빈이는 지금까지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차세대 기대주이다.
속초여고 육상부 선수들은 평소에 합숙을 하며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서 운동을 시작한다. 오전에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다시 운동에 매진한다. 저녁에도 개인훈련을 하고 마사지를 통해 근육을 풀어주며 신체를 단련한다. 운동량이 적은 날도 있지만 훈련은 1주일 동안 쉬는 날 없이 진행된다. 중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다 끝난 후에 훈련을 한다.
이번에 3위에 오른 김지현은 중학교 시절에 비해 고등학교에서 운동량이 많이 늘어 초반에는 적응하는 데 약간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은정 지도자가 학생별 특화된 지도를 하고 있어 만족해하고 있다.
김은정 지도자는 훈련에서 개인별 특성에 중점을 둔다. 육상부가 다 함께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훈련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별 지도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는 이를 위해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추구한다. 때로는 필요에 따라 엄격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살피고 개인별로 배려해 학생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운동부 지도자라고 하면 스파르타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기존 인식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대답은 조심스럽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운동선수로서 분명한 목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10대 소녀 특유의 수줍음 때문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유소빈은 그저 “우승을 많이 하고 싶다”고 겸연쩍게 말하고, 소원이는 “조그만 대회부터 차근차근 잘해나가고 싶다”면서 살짝 웃을 뿐이다. 김지현은 조용한 어조로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김가인은 조금 현실적이다. 그는 운동선수로서의 목표는 따로 밝히지 않고 어서 실업팀에 들어가서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아직 확신은 없어요. 하지만 현실에 충실하고 싶어요.”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3·1운동 100주년 기념 제60회 단축마라톤대회 여고부(10㎞)에서 작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속초여고 김가인 학생.
같은 대회 여중부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한 설온중 유소빈(왼쪽)·소원 쌍둥이 자매.
속초여고 김은정 지도자(우측 첫 번째)와 속초여고(뒷줄)·설온중(앞줄) 육상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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