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강릉문화원에서 열린 한살림강원영동 정기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속초의 김강선 조합원이 선출됐다. 한살림강원영동은 속초와 강릉, 동해에 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 이외의 지역에서 이사장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강선 이사장의 임기는 2년이며 대체로 연임을 하므로 2023년 초까지 김 이사장이 한살림강원영동을 이끌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03년 유기농 제품 중심의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아이에게 좋은 먹거리를 주려는 관심이 그의 발길을 한살림으로 이끌었다. 그 이전에는 한살림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유기농 매장을 열려는 생각이 있어서 한살림에 전화했다가 한살림은 협동조합이라 개인이 매장을 열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유기농 매장을 열 수는 없었어도 아이를 위해 한살림 매장을 꾸준히 이용하는 조합원이 됐다.
한살림의 열정적인 조합원
김 이사장이 한살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5년이다. 당시 속초 한살림은 매장도 작았고 활동가들도 얼마 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조직활동가로 시작해 요리 모임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에 자원하여 나섰다. 조합원끼리 마을 모임을 하면서 친분도 쌓았고 여건은 좋지 않았지만 즐거운 시절이었다.
김 이사장이 한살림과 거리를 둔 시간도 있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3년 정도 활동을 쉬었는데 어느 날 한살림 간사를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가 돼 2010년에 열혈 조합원으로 복귀했고, 한살림강원영동 가공품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한살림은 매장에 공급되는 물품들을 조합원들이 직접 심의한다. 김 이사장은 가공품 공급에 관한 심의를 주관하고 서울의 연합회에 한살림강원영동을 대표하여 입장을 전달하고 논의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 이사장은 가공품위원장을 4년여 동안 했다. 자신과 조합원들의 견해가 한살림의 사업에 반영돼 조금씩 개선돼 나가는 모습들이 그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한살림을 바라보는 너른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향후 그의 한살림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김강선 이사장이 현재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과 구성원들 간 원활한 소통, 이 두 가지이다. 한살림은 조합원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인 협동조합이기에 실무자들의 업무만으로 돌아가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가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김 이사장은 좋은 인재가 찾아와 주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내부에서 사람을 키우는 것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자신이 한살림강원영동 가공품위원장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것처럼 조합원들이 여러 위원회를 참관하거나 연수 등에 참여하면서 역량을 키우도록 독려하려 하고 있다.
한살림강원영동 내에는 이사, 실무자(사무국장, 총무 등), 매장활동가, 조직활동가, 소모임 자원활동가, 일반 조합원 등 다양한 부류의 구성원들이 있고 지역적으로는 속초, 강릉, 동해·삼척으로 나뉘어 있다. 김 이사장은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견해를 조율하고 서로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 이사장은 이를 위해 강원영동 7개 매장과 활동가 회의, 그리고 소모임에 더 자주 찾아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살피려고 한다.
지속 가능한 한살림을 위해
김 이사장은 소통과 교육 외에 한살림의 ‘지속가능성’도 심화시키려 한다. 예전에는 생활협동조합이 많지 않았고 유기농 제품 판매점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속초에만 해도 유기농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이 네 곳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한살림의 깐깐한 심의 방식을 변화시켜 대중성을 추구하자는 흐름도 있다고 한다. 가령 설탕 사용을 늘리거나 글루텐 등 식품첨가물을 조금 넣으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한살림 내에는 한살림의 원래 취지를 강조하며 이를 훼손하는 것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건강에 유익한 컵라면을 만들어 보자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컵라면 유통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김강선 이사장은 대중성과 한살림의 정신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기존의 가치와 현실적 요구 사이에서 과도기인 것 같아요. 한살림은 이미 몸집이 너무 커졌어요. 그래서 아예 몸집을 줄이자는 사람들도 있지요. 한살림의 존재 이유를 짚어보면 한살림은 우리 사회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살림이 지속가능하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김 이사장은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 마디 덧붙인다.
“한살림이라고 하면 ‘비싸다’, ‘돈 있는 사람만 이용한다’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있어요. 심지어 종교의 교주가 한살림을 운영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한살림을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생각을 하는 거죠. 한살림은 생산자와의 계약 재배를 통해 상품 가격이 그리 높지 않고 예전보다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한살림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작년 가을 가공품위원회 회의가 열렸을 때 조합원들과 함께한 김강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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