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숨쉬기도 힘든 지난 6일 아침 일찍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전부 거의 마스크를 쓰고 다녔습니다. 사랑하는 딸내미의 말대로 숨쉬기 힘든 정도였습니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중앙이사로서 1982년부터 이 땅에서 처음으로 박진탁 이사장님과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하였고, 이날 각막 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오제세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우리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관해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미국 원레거시(OneLegacy)의 토마스 모네(Thomas Mone) 회장이 주제강연을 하였습니다.
각막 이식 대기자 0을 향한 첫발걸음, 공공 아이뱅크를 창립하고 싶은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각막 수입 국가입니다. 각막 이식 대기자가 2009년에는 1097명으로 크게 줄었으나 이후 점차 늘어나서 2018년에는 2,176명까지 2배 가까이 급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부족한 각막은 미국, 필리핀 등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국 62개의 아이뱅크를 통해서 각막 기증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6만8,565명의 기증자로부터 8만4,297개의 각막을 기증 받았습니다. 미국은 각막기증 희망자가 생기면 아이뱅크의 전담 코디네이터가 유가족과 상담을 하고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각막적출 테크니션이 신속히 출동하여 각막을 적출한 후 소정의 검사와 보관절차를 거쳐서 이식수술을 하는 병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믿고 각막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하신 분이 무려 100만명(전체 서약자는 144만명)이 넘는데, 현재처럼 각막기증이 기증인과 유가족의 불편함을 초래하여 원활하지 않게 진행된다면 144만명의 각막기증 희망등록자들이 앞으로 실제 각막을 기증하게 될 시 그 소중한 약속을 지켜드릴 수 없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우리나라의 각막기증 시스템은 정말 심각합니다. 지난 2018년 경남 산청에 사는 이선영씨는 아버지의 생전 약속인 사후 각막기증의 숭고한 뜻을 지켜드리고자 다른 유가족들과 상의하여 각막기증을 결심하였는데,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이하 KONOS) 직원과의 상담과정에서 “산청에는 각막적출 병원이 없어서 부산에서 출동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하는 등 각막기증 시 발생하는 어려움을 주로 이야기해서 혹시 각막기증을 원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쾌했고 결국 기증의사를 철회하였다고 합니다. 이선영씨는 아버지를 잃은 슬픈 상황에서도 앞을 보지 못하는 누군가가 지금도 애타게 각막이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렵게 기증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상담과정에서의 문제로 기증까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이선영씨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는 각막기증 희망자가 생기면 먼저 본인이 등록한 본부와 같은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 연락을 하고 이후 본부는 KONOS로 상담한 내용을 이관합니다. KONOS는 각막기증 희망자의 유가족과 재상담 후에 해당지역의 각막적출 출동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서 연결해주고 해당병원의 의사가 각막기증 희망자가 위치한 곳으로 출동하여 각막을 적출하고 있습니다. 여러 단계의 상담과정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로 미국과 비교하면 기증자 및 유가족 중심의 각막기증 시스템이 분명 아닙니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서 공공 아이뱅크 출범을 서둘러야 합니다. 공공 아이뱅크 도입을 통한 각막기증 활성화는 각막기증 희망등록자 144만명의 숭고한 뜻을 지키는 일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장기기증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막기증 희망등록자 144만명의 뜻이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이젠 더 이상 각막을 수입하는 후진국에서 탈피해야 됩니다. 정부는 순수한 우리의 뜻을 같은 눈높이로 보아 주시길 간곡히 희망합니다.
김상기
한국늘사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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