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권도 더 이상 미세먼지 안전지대가 아닌 가운데 지난 5일과 6일 속초시를 비롯한 고성·양양 등 영북지역에 사상 처음 차량 2부제 등 비상 저감 조치마저 내려지자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비상 저감 조치가 내려진 지난 6일 속초지역 일부 공공기관들은 차량 2부제 참여가 저조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상 처음 비상 저감 조치 내려진 6일 표정=지난 5일에 이어 6일에도 속초지역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 모두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이틀째 속초 도심 전체가 뿌연 미세먼지에 뒤덮이자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50대 중반의 남성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먼지 지옥은 처음인 것 같다”며 “마스크를 쓰자니 답답하고, 안 하자니 건강이 우려돼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속초지역의 5일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3시 158㎍/㎥에서 188㎍/㎥까지 치솟았고, 초미세먼지도 115㎍/㎥에서 122㎍/㎥까지 올랐다. 6일 미세먼지는 172㎍/㎥, 초미세먼지는 128㎍/㎥을 기록했다. 국내 미세먼지 기준인 ‘매우 나쁨’ 단계(미세먼지 151㎍/㎥ 이상, 초미세먼지 76㎍/㎥ 이상)를 훨씬 웃도는 사상 최악의 ‘먼지 공습’이 이틀째 계속된 것이다.
미세먼지는 6일 오후 늦게 봄비가 내리면서 보통 수준으로 회복됐고, 초미세먼지는 7일 오전까지도 나쁨 단계를 보였다.
비상저감 조치가 내려진 지난 6일 속초지역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청사 주차장 앞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차량 2부제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속초시청 주차장 입구에도 이날 ‘강원도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차량 2부제, 오늘은 짝수 차량 운행하는 날’이란 알림판이 세워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시청 본관 앞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의 3분의 1은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이었다. 주차장 입구에는 진입을 통제하는 인력이 따로 배치돼 있지 않았다. 시청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종합민원실 뒤 직원주차장은 짝수 차량이 많이 주차돼 있었지만, 간혹 홀수 차량이 눈에 띄었다.
속초양양교육지원청 사정은 더 심각했다. 청사 주차장 입구에 설치돼 있어야할 비상저감조치 차량 2부제 알림판은 이날 오후 현관 건물 출입구에 세워져 있었고, 통제 인력 또한 보이지 않았다. 청사 앞 주차장에서는 홀수 차량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고, 청사 건물 뒤 주차장에도 홀수 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 공습에 관광지·재래시장 울상=속초지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5일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뿌연 미세먼지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날 속초시 전체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에 뒤덮이면서 평상시 선명하게 보이던 조도와 속초롯데리조트 건물이 흐릿하게 보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속초가 미세먼지 청정지역이라고 해서 왔는데 서울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일찍 서울로 올라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속초관광수산시장도 극심한 미세먼지로 타격을 입었다.
심영호 속초관광수산시장상인회장은 “미세먼지로 인해 거의 매일 시장을 찾던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줄었고, 영동지역도 미세먼지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광객들의 방문도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설악권에 사상 처음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6일 오전 속초시청 주차장 앞에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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