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속초해랑중학교에서는 남녀공학 전환 후 첫 번째 입학식이 열렸다.
기존 속초여자중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학교 강당에는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재잘거리는 가운데 신입생으로 들어온 남학생들이 서먹한 표정을 지으며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학식을 위해 대기 중인 한 젊은 교사는 “남녀공학 전환 후 수업 분위기가 어떨지 신경이 쓰인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속초 학생들은 대도시 학생들에 비해 순한 편이라 잘 될 거 같다”고 하며 새 학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입학식이 시작된 후 소란스럽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고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은 긴장을 풀었다. 곳곳에서 10대 특유의 발랄한 모습이 보였다. 2·3학년 학생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거울을 보거나 서로 부둥켜안고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1학년들은 대부분 낯선 이들 틈에서 단상을 바라보다 가끔씩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입학식이 마무리되면서 교가를 부르는데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어린 남학생들의 목소리는 여학생들의 고음에 묻혔다.
입학식이 끝나고 이 학교의 학생안전상담부장 유미선 교사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생활에 대해 설명했다. 매점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고 학칙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에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유 교사는 학교생활에 있어 장난으로라도 남녀 간, 그리고 동성 간 섣부른 신체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큰 목소리로 여러 번 당부했다. 유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 신입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귀걸이 해도 되나요?”, “잘못하면 어떤 벌을 받나요?”, “교실에서 누워 있어도 되나요?” 등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말투는 귀여웠다.
유 교사에게 크게 말썽을 부릴 수도 있는 남학생들이 오게 돼서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듬직한 아들도 많다”면서 “남녀공학 전환 후 학교에 더 큰 활력이 있을 거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탁윤정 교사는 “남녀공학이 교육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면서 “남녀가 한 반에서 배우면서 이성에 대한 환상을 깨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남녀공학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지난 4일 속초해랑중학교에서 남녀공학 첫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속초해랑중 1학년 신입생들이 이날 받은 교과서에 이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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