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포츠는 나이 제한이 없어요. 저에겐 감사한 일이죠. 젊은 선수들과 운동하다보면 승부욕이 생겨 경기력이 더 좋아져요.”
부상의 후유증을 털고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알파인 스키 스탠딩 회전부문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 고성군 현내면 출신의 박승태(50, 사진) 선수는 지난 6일 기자를 만나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2~15일 강원도와 경기도 일원에서 개최된 ‘제1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알파인 스키 스탠딩 회전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012년 훈련 중 당한 부상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 8년 만에 다시 찾은 금메달이라 더욱 값지다.
박 선수는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2010년, 2011년 연이어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2012년 부상을 당한 후 한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2016년과 2017년에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 현내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 선수는 현내면에서 박포수가든을 운영하는 큰 형을 통해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이 개장한 1984년 처음 스키에 입문하게 됐다. 4형제 중 건강이 좋지 않았던 둘째 형을 제외하고 3형제 모두 프로 스키선수 못지않게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큰 형은 알프스 스키장의 스키학교 교장을 지낼 만큼 스키에 조예가 깊었어요. 저도 알프스 스키장에서 스키강사로 근무했었죠.” 그는 3형제가 모두 건강할 때 찍은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알프스 스키장은 그가 스키와 인연을 맺게 한 곳이지만, 크나 큰 고통도 안겨줬다.
“알프스 스키장 개장과 함께 스키를 배웠고 스키장이 문을 닫던 2006년, 스키장에서 근무하던 중 스노 모빌과 충돌하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됐어요.”
다행이 봉합수술에는 성공했지만 사고 당시 두 다리를 크게 다쳐 2009년까지 3년 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 만에 첫 아이가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박 선수는 사고 후 다시 스키선수로 복귀할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박 선수는 사고 후 우연히 패럴림픽 스키경기를 보고 다시 스키 폴대를 잡게 됐다. “다시 스키를 타는 게 두려움은 있었지만 스키를 하면서 희망이 보였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겼다”고 한다.
“처음 장애인 스키를 했을 때 특별히 후원을 해주는 곳도 없었고 더욱이 고성군은 장애인체육회가 없어 선수 출전이 쉽지 않았어요.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까지 지원해주고 있는 강원도장애인체육회 관계자들을 만난 것이 정말 큰 힘이 됐죠.”
처음에는 비장애인이 어떻게 장애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체육회 관계자들을 멀리했다는 박 선수는 오랜 시간 곁에서 운동뿐 아니라 그 외 부분까지 1대1로 코칭해주며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준 체육회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장애인스포츠는 비인기분야인데다 전문 실업팀이 부족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운동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장애인 스포츠도 일반인 스포츠처럼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고 전 ‘인터스키 지도자과정’을 수료한 전문 스키강사였던 만큼 기회가 된다면 스키선수들을 육성하는 지도자로 일하고 싶다는 박 선수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보다 저처럼 불의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운동을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제1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스탠딩 회전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승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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