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속초시 자율방범연합대의 신임 대장이 선출됐다. 그 주인공은 김용태 대장으로 그는 2002년부터 방범 활동에 참여했으며 앞으로 2년간 지역의 자율방범을 이끌게 된다.
방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길 것 같지만 김용태 대장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의 인상을 하고 있다. 또한 말투는 푸근하고 소탈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는 모습에는 지역을 위한 봉사정신이 가득하다.
처음 그가 자율방범을 하게 된 것은 당시 영랑동 자율방범대장의 권유에 의해서이다. 그는 방범 활동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나니 자율방범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그로부터 10년. 그는 이제 지역 자율방범의 리더로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그의 컴퓨터 속에는 자율방범과 관련된 법령과 자료들이 가득하다. 그가 작성한 문서에는 자율방범의 개선사항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자율방범대는 민간의 봉사단체이기에 어렵고 전문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의 지향점은 이런 생각을 넘어선다.
“원래는 연합대장 자리를 맡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자율방범대의 전문적인 체계화가 필요한 상황이지요. 저도 잘 알지 못하지만 저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어요.”
지역 자율방범대 앞에 놓인 과제들
자율방범대는 민간단체라 활동에 제약이 많다. 각종 활동은 대원들의 참여에 기초하기에 대원들의 관심이 저조하면 운영이 어렵다. 지자체의 지원이 있지만, 이마저도 정보가 부족하면 원활한 확보가 쉽지 않다. 그가 법조문을 뒤지는 것은 법으로 존재하는 제도들을 잘 활용하기 위함이다.
자율방범 대원들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자율방범은 기본적으로 봉사활동의 범주에 속한다. 시의 요청으로 행사 교통 통제를 하는 경우에 얼마간의 활동비를 받기도 하지만, 그 금액은 대원 각자가 자신들의 생업으로 버는 수입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더군다나 김용태 대장처럼 사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활동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율방범에 애정이 크다.
자율방범 대원들의 주 활동 시간은 저녁이다. 순찰 시 청소년 선도와 범죄 예방을 위해 애쓰면서 다른 한편으로 화재와 같은 사고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인다. 매일 오후 8시 반부터 오전 1시 무렵까지 속초의 곳곳을 누비며 순찰을 실시하며, 대원 한 명은 한 달에 네다섯 번 정도 야간 순찰을 맡는다. 자율방범 대원들 중 일부는 속초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달빛지기 지원단’으로 활동하는데 이는 청소년들의 야간 귀가를 돕는 서비스이다. 또한 설악문화제 같은 각종 행사가 있을 때면 낮에도 활동을 이어가며 교통 통제 등에 나서고 해맞이행사를 위해서는 새벽부터 활약한다. 화재가 발생한 경우 본업을 뒤로 하고 급하게 출동하기도 한다.
김용태 대장은 오랜 기간 설악문화제를 제대로 구경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매번 행사 지원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지인들이 불러도 못 가서 아쉽다고 한다.
이렇게 자율방범대가 밤낮으로 여러 일들을 하고 있지만 별로 티가 나지 않을 때가 많고 봉사를 위한 여건도 열악한 편이다. 자율방범대 초소 내 비품들은 너무 낡았고 개수대가 없어서 물이 나오지 않으며 화장실도 따로 없다.
야간에 곤란한 일도 종종 겪는다. 과음한 이를 발견하고서 도와주려다가 심한 욕설을 듣기도 하고 실컷 도와주고 나도 오히려 소지품이 없어진 것에 항의를 받기도 한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마주하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여성이 경찰에게 인계되는 것을 거부하면 폭행 피해를 당한 집으로 돌려보낼 수 없고 야간에 다른 기관으로 보내기도 힘들어 대처가 쉽지 않다.
속초에 특화된 자율방범대 지향
김용태 대장은 앞으로 자율방범대가 처한 애로사항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관계기관과의 원활한 협조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김용태 대장은 항상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로 직무를 수행하려 한다.
김용태 대장은 내부 교육도 중시하고 있다. 그가 염두에 둔 교육에는 제도나 법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관광도시 속초의 특수성에 보조를 맞춘 교육도 포함된다. 속초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대하는 사람은 자율방범 대원들이다. 행사 지원에 나선 대원들이 관광객들에게 속초에 관한 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한다면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제 앞에 놓인 과제들이 사실 저에게 벅찬 일들이죠.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번 해보고 싶네요. 자율방범대를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조직으로 만들어 대원들이 큰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김용태 대장의 의욕적이면서도 겸손한 자세는 한 조직의 관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김용태 속초시 자율방범연합대 신임 대장. 그는 현재 미소유리 대표로 있으며 작업복을 자랑스러워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시민이다.
김용태 대장(왼쪽에서 여섯 번째)은 지난 1월 10일 열린 속초시 자율방범연합대 정기총회에서 신임 대장으로 선출됐다.
야간 순찰에 나선 자율방범 대원들. 자율방범대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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