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 계발(啓發)과 개발(開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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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9년02월25일 11시38분 ]

아직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교육의 이념, 목적, 철학이나 방향을 설정한다는 이유로 1968년 박정희 대통령 때 제정된 것이다. 일본 메이지 일왕시대에 제정한 군국주의적, 국수주의적 교육칙어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있어 1994년에 기념행사가 폐지되었고 교과서에서도 삭제되었다. 교과서를 펼치면 맨 첫 장에 있었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제 우리 후대에게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오늘은 문득 국민교육헌장 중의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자기만의 소질을 찾아서 계발한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보면 쉬울 것 같지만 사실 무척이나 어렵고 지난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자기만의 개성과 소질을 찾아 대성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 가수나 무용가, 화가, 작가 등 문화 예술 방면에 종사하게 되면 속칭 ‘딴따라’라고 불리며 폄훼당하기 일쑤였고, 밥이나 먹고 살겠냐며 무시당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 중 일부는 저작권료, 광고료, 출연료 등으로 오히려 일반적인 코스를 밟으며 살아온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수입을 올리기도 하면서 셀럽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어쩌면 외롭고 힘든 일일 것이다. 가끔씩은 이 길이 맞나 하는 의구심과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할 것이다. 또 나만의 좁은 길로 가다보면 넓은 길로 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만의 길을 꾸준히 걷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희열을 맛보는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비교하기도 하고 비교당하기도 하며 살고 있다. ‘엄친아’니 ‘옆집 아저씨’니 하는 말들은 그래서 생겨난 말이지 싶다. 하지만 남들과 같아서는, 남들을 따라 하기만 해서는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과 소질을 계발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모양새대로 해서는 지금보다 더 빛나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기 어렵다. 다행히도 우리 지역에는 감히 타 지역에서 넘볼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고 실향민들의 유산이 있으며 신생 도시로서의 성장 스토리가 있다. 이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우리 지역의 미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개인으로 보자면 우리 지역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 엄청나게 많으며 또 어느 정도는 그 소질을 계발하여 빛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런데 과유불급인 것일까?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들은 내팽개치고 남들이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장점들에 눈을 돌리고 따라하려는 것은 아닌지….
급작스럽게 불어난 고층 아파트 단지들과 대형 건축물들의 미분양 사태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도시 난개발 문제, 옛 수협건물의 존치와 개발 관련 문제, 영랑호 스카이워크 설치 문제 등 우리 지역의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들도 저마다 각자가 처한 입장과 생각에 따라 양립하고 대립하고 있다. 무작정 보존하는 것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남들이 하는 것처럼 따라서 개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이제는 우리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개성과 장점을 계발해야 할 때임을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대도시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다가 어지럽고 혼란스럽던 마음이 문득 상념에 젖는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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