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에는 독일어 가사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지선 양은 방송에서 본 것처럼 방안에 꽉 찬 커다란 침대 위에 밥상을 놓고 앉아 무언가 적고 있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성악공부를 하고 싶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독일어, 이탈리아어 가사와 배경지식까지 스스로 공부해온 이지선 양(속초여고 3, 사진)의 사연은 티브이(SBS ‘영재발굴단’)에 방영된 후 깊은 울림을 줬다.
지선 양 어머니(57)는 처음엔 딸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이불을 쓰고 노래 연습을 하는 딸을 보며 이제는 ‘딸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지선 양은 특히 독일 가곡을 좋아하는데, 요즘 노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감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울게 하소서’같은 곡이 자신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줬듯, 자신도 사람들에게 노래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겐 성악이 전부”라고 말하는 지선 양에게는 초등학교 때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아픈 마음을 적어나가듯 읽기도 어려운 가사를 공책에 적고 노래 연습을 하며 그 시간을 버텨왔다.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시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방송이 나간 후 재능기부 선생님이 나타나 지선 양은 요즘 매주 강릉으로 레슨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혼자 연습하며 잘못 형성된 습관들을 고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지선 양은 방송이 나간 후 몸이 불편한 부모님에게 더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딸의 꿈을 마음껏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부모님에게 매일 밤 노래를 부르며 시끄럽게 하는 걸 이해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하는 지선 양.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이도 많고 장애(5급)도 있지만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자신을 지켜준 어머니를 지선 양은 가장 존경한다. 어머니와 딸의 연결고리는 강하고 끈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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