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 얼굴에 책임을 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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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얼굴에 책임을 져라

등록날짜 [ 2019년02월18일 11시27분 ]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라.”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의 말이다. 그랬던 그도 사실은 얼굴 때문에 많은 수모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링컨의 정적인 변호사 출신의 민주당 에드윈 스탠턴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링컨에게 무례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고릴라를 만나기 위해서 아프리카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일리노이주에 가면 링컨이라는 고릴라를 만날 수 있다”고까지 조롱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링컨의 포용정치를 말할 때 자주 언급하는 예화다. 대통령이 되고 링컨은 남북전쟁의 위기 상황에서 정적 스탠턴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국가적인 재난”이라고 공격했던 사람을 요직에 앉힌 것이다. 결국 스탠턴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공헌을 했고,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숨을 거두었을 때 스탠턴은 링컨 대통령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다”고 외쳤다고 한다.
정치의 마술이고 매력이다. 흔히 악인에 대한 응징을 이야기 할 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바벨론 ‘함무라비 법전’의 ‘상응법’ 또는 ‘복수법’의 바른 해석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엄밀한 의미에서 과잉보복금지 조항일 것이다. 왜냐하면 어떻게 다른 곳은 상하지 않고, 눈만을 상하게 하며, 이만을 상하게 할 수 있는가? 그런데 사람들은 ‘함무라비 법전’을 무지막지한 보복의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자주 인용한다.
혹여 당시에는 적법했을지라도 지금은 무법한 규정이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3,500년 전의 ‘함무라비 법전’을 머리맡에 두고 살지 않는가? 여전한 망국적인 현대판 사색당파의 폐단을 언제까지 어어 갈 것인가? 지긋지긋한 진영논리를 언제까지 답습할 것인가? 임기종료와 동시에 구속되는 대한민국 대통령,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용서와 관용은 우리말 사전에서 완전히 폐기되었는가?
링컨이 말한 얼굴은 어떤 얼굴을 말하는 것인가? 조롱당할 정도의 부족한 외모를 가진 그가 잘생기고 핸섬한 얼굴을 말한 것은 아니다. 아브라함 링컨의 별명은 “정직한 에이브”이다. 이것이 대답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댄 앤 나우’(Then & Now)를 입력해 보자. 세계적인 유명 스타들의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어떤 이는 예전보다 더 아름답게 익어가고, 어떤 이는 옛 모습은커녕 보기 흉한 얼굴로 변해 버렸다. 무엇 때문인가?
얼굴은 삶의 흔적이다. 아름다운 미소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전시품 가운데 세상 화폐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1962년 미국 뉴욕전시기간에는 170만 명이 관람 했다. 한 사람당 불과 20초 동안 관람한 셈이다. 당시 대통령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관람했다. 세계정복을 꿈꿨던 나폴레옹은 한때 ‘모나리자’를 자신의 침실에 걸어두었다고 한다. 모든 것을 가졌던 그가 ‘모나리자’에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자. 탐욕스런 얼굴이면 그것이 삶의 궤적이다. 보복과 앙갚음은 비참하다. 자기가 먼저 망가져야 남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심과 영혼이 괴로움으로 고통당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하늘에 맡기라고 기록했다.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It is mine to avenge; I will repay) 그래야 보복의 연결고리가 깨끗하게 끊어진다.
죄와 벌 앞에서 자유로운 영혼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함무라비 법전’과 ‘모나리자’와 영혼의 무게를 재면서 악마를 발로 짓밟는 ‘성 미카엘 대천사’의 그림이 루브르 박물관에 함께 전시되어 있다. 선으로 악을 이겨야 한다. 설날에 먹는 떡국은 순백으로 새 출발 의미로 재해석한다. 새해 첫날에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겠다는 다짐이고 자신을 향한 결의이다. 거울을 보자. 자신은 어떤 얼굴인가? 인생의 자취,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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