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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배 밑에 엉킨 폐그물 제거…“여자라고 불리한 건 없어요”
스쿠버다이버 교육 강사 홍현아 씨 / 한겨울에도 위험 무릅쓰고 작업
등록날짜 [ 2019년01월28일 15시12분 ]

한 공공기관에서 운용 중인 선박의 스크루에 밧줄이 엉켜 붙는 일이 발생했고 그 기관에서는 밧줄 제거를 위해 사람을 불렀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사람은 20대 여성 한 명이었고 이 여성을 만난 담당자는 미덥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전문가라고 온 사람더러 “잠수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또한 담당자는 계속 걱정이 됐는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누차 강조했다. 그런데 이 젊은 여성은 한 시간 정도 물속에서 작업한 후 일을 깔끔히 마무리해버려 담당자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느끼게 해줬다.
스쿠버다이버 교육 강사 홍현아 씨가 몸소 겪은 일이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고려하면 그 담당자의 모습도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다.
“여자가 이 일을 하는 경우는 남해나 서해에는 있을 텐데 동해에는 저 말고 없을 걸요.”
 홍현아 강사가 이와 같은 설명을 따로 붙이지 않더라도 여성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어민을 돕는 그들의 방식
홍현아 씨가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것을 계기로 스쿠버다이빙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당시 교육 강사는 현재 속초시요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나우이 코리아 김규영 대표였고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현재는 김 회장과 스쿠버다이빙 사업을 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교육과 관광객들의 수중체험을 안내하는 일이 본업이고 선박 하부 이물질 제거는 일종의 부업이다.
홍현아 강사가 선박 하부 이물질 제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4년 정도 된다. 대부분 김규영 회장과 2인 1조를 이뤄 작업에 나선다. 김 회장은 이 젊은 스쿠버다이버에게 책에서 접하기 어려운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해줬다.
작업 의뢰는 급하게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작업이 밤늦게까지 이어지거나 새벽부터 이뤄질 때도 있다.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선박을 뭍으로 올려서 작업하면 당장 어로를 할 수가 없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선소의 독으로 선박을 올리면 비용이 훨씬 더 들고 며칠 동안 고기잡이를 접어야 한다. 그런 관계로 물속에서 작업을 해줄 사람이 절실한데 우리 지역에서는 이를 김 회장과 홍 강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고서 받는 금액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장비를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 정도를 받고 있다. 일반적인 작업 금액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원래는 무료 봉사로 어민들을 도왔지만 스크루에 이물질이 엉킨 것이 아닌데도 선박 점검을 위해 호출을 하는 경우도 있어 최소비용을 설정한 것이다. 선박 하부 이물질 제거 작업은 부업이기보다 어민들을 돕는 그들만의 방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엄두 내기 힘든 물속 이물질 제거
선박 하부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은 스쿠버다이빙에 공구 작업을 더한 것이다. 다이빙 장비만 해도 30킬로그램 정도이고 여기에 칼과 망치, 배척(속칭 ‘빠루’) 등을 들고 바다로 들어간다.
 “물속에서는 어차피 남자건 여자건 힘을 주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제가 여자라고 해서 불리한 건 별로 없어요.”
 그러나 홍 강사의 이런 씩씩한 말과는 달리 물속에서의 작업 방식은 그 과정을 듣기만 해도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이다. 굵은 밧줄이 스크루에 감겨 있는 경우는 그나마 쉬운 편이다. 자르기보다 요령껏 풀어내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물은 스크루가 돌아가면서 녹아 변형이 된 채로 스크루에 굳어버려 이를 떼 내려면 여간 어렵지 않다. 칼로 잘라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망치와 정으로 깨트려야 한다.
 청초호 내에서의 작업은 수질이 좋지 않아 작업의 방해요소가 된다. 수질이 좋지 않아 시야 확보가 안 되기에 공구를 한번 놓치면 찾기가 힘들다. 홍 강사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때로는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육지와 좀 떨어진 바다에서의 작업이 쉬운 것도 아니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게 되면 거기서는 물이 잔잔하지 않아 원활하게 진행하기가 어렵다.

첩첩산중 수중 작업
하절기에는 그나마 작업이 쉬운 편이지만 겨울에는 바다 속에서 신체, 특히 손이 굳어버려 작업에 애로가 크다. 체온 보호를 위해 건식 잠수복을 입으면 좋지만 건식 잠수복은 따개비 따위에 찢어질 수 있어 습식 잠수복을 입기에 추운 겨울 물속에서는 체온 유지가 어렵다.
 선박 하부 이물질 제거 작업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물속에서 날카로운 칼로 작업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칼날이 신체나 스쿠버 장비의 호스를 향할 때도 있다. 홍 강사는 칼로 호스를 잘못 쳐서 호스가 터지는 바람에 아찔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작업의 위험성은 이게 끝이 아니다. 스쿠버다이버가 선박 하부에서 일하고 있는 줄 모르고 누군가 배에 올라 시동을 걸면 끔찍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선박 하부에서의 작업은 위험하고 힘들지만 홍현아 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 일을 할 생각이라고 한다.
“스쿠버다이빙을 한다고 하면 바다를 망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봐요. 스쿠버 장비를 사용하는 해산물 채취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요. 그리고 해양 정화 활동을 하는 스쿠버다이버들도 많아요. 스쿠버다이버들에 대해 오해하지 않으시면 좋겠네요.”
여성에 대한 편견, 스쿠버다이버에 대한 오해. 홍현아 씨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싸움을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묵묵하게 실천하고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스쿠버다이빙 교육 강사 홍현아 씨.
우리 지역에서 선박 하부 폐그물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홍현아 씨(오른쪽)와 속초시요트협회 김규영 회장(왼쪽).(홍현아 씨 제공)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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