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개선고성군연합회가 고성지역 여성들의 문화 공간이자 삶의 충전소가 되길 바랍니다.”지난 2017년에 이어 연임된 박명순(62, 사진)생활개선고성군연합회 회장은 올해도 다양한 문화사업과 먹거리 개발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 회장은 천연염색과 규방공예, 풍물놀이, 탈춤 등 자신의 재능을 ‘생활개선회’ 회원들을 위해 십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생활개선고성군연합회 회원들은 지난해 탈놀이 해학극 ‘시집살이’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박 회장이 극본과 연출을 맡고 50~60대 회원 15명이 출연한 해학극 ‘시집살이’는 고성지역이 한창 풍어로 풍요롭던 70년대 죽왕면의 송암을 배경으로 한 탈놀이 해학극이다. 만선으로 돌아온 남편은 물고기 판돈을 평양기생집에서 다 날려먹고 남편간수 못한다며 다그치는 시어머니의 모진 시집살이를 구슬픈 고성아리랑 가락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탈을 쓰고 극으로 표현했다.
“제가 정착한 문암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를 평소 관심있던 풍물과 탈춤에 접목해 극으로 만들게 됐어요.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운 탈을 쓰고 연기하는 것을 쑥스러워하던 회원들도 어느새 자신의 인생을 극에 녹여 연기하고 있더라구요. 한낱 촌부로 평생을 참으며 살아온 어머님들의 가슴속엔 아무도 모르는 끼와 열정이 숨어 있었던 거죠.”
박 회장은 “농번기 때는 바빠서 만나지 못하지만 틈이 나는 대로 농업기술센터에 모여 연습하고 있다”며 “배우도 연출도 모두 아마추어들이지만 열정 하나는 프로배우 못지않다”고 말했다.
해학극 ‘시집살이’는 지난해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 강소농대전’에서도 공연을 해 호평을 받았다. 또 고성군 명태축제, 수성문화제에서도 공연했고, 그 밖에 크고 작은 지역행사에도 참여했다. 올해도 ‘시집살이’ 공연을 이어가며 새로운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박 회장은 “흥부를 재해석한 ‘일장춘몽’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회원들과 울고 웃으며 극을 만들고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회원들과 가족처럼 지내게 됐다”고 했다.
생활개선고성군연합회는 5개 읍면의 회원 33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농촌여성의 지위향상과 역량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당극 외에도 지역의 크고 작은 봉사활동부터 약차, 천연염색, 규방공예 등 생활교양강좌, 강원도 토속재료를 주제로 한 강원도 음식 개발과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회원들과 함께 고성의 대표 음식으로 명태강정과 고성에서 생산한 아로니아를 첨가한 아로니아 기정떡과 인절미를 개발해,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강원도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회원들과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어요.”
2020년까지 생활개선고성군연합회장을 맡게 된 박 회장은 “고성은 문화적으로 많이 낙후된 곳”이라며 “회원들과 함께 농촌여성들의 생활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상북도 포항이 고향인 박 회장은 동해안 바닷가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찾은 백도해변의 아름다움에 반해 지난 2012년 귀촌했다고 한다. 우지현 기자
해학극 ‘시집살이’를 공연한 생활개선고성군연합회 박명순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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