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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의원의 판단을 공개하자
- 무분별한 무기명투표 관행, 유권자 알권리 막아 -
등록날짜 [ 2019년01월28일 14시22분 ]
속초시의회 회의규칙 제42조 표결방법에 대해 먼저 정리해보면, 1)표결할 때에는 의장이 의원으로 하여금 기립 또는 거수하게 하여 가부를 결정한다. 2)의장이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과반수이상) 있을 때에는 기명 또는 무기명 투표로 표결함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 무기명 전자투표로 표결할 수 있다. 3)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 유무를 물어서,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가결되었음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의가 있을 때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방법으로 표결하여야 한다. 4)의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거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무기명 투표로 한다.
회의규칙을 요약하면, 국회법과 같이 인사(선출, 징계 등)사항을 제외한, 안건들에 대해 공개투표(기립, 거수, 기명투표, 전자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 무기명을 해야 할 경우에는 본회의 의결절차를 거쳐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추측하면, 무기명 표결방식의 제한적 허용은 이익단체나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무기명비밀투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방의회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회의규칙을 무시하고, 원칙없이 관행적으로 반복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10월 26일 경기도 안양시의회의 웃지 못할 상황이 의사중계시스템과 각종 언론을 통해 생생히 보도가 되었는데, 당시 ‘월곶~판교선 만안역 신설 동의안’ 처리시 의장이 표결을 선언하고 찬성하는 의원의 기립을 요구하였고, 20명의 의원 중 1명이 기립을 하였다. 당연히 기립하지 않은, 19명의 의원은 기권 아니면 반대였기에 안건은 부결처리 되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의장은 바로 정회를 선포하고, 잠시 후 개회를 한 후, 무기명전자투표 방식으로 전환하여, 법적근거 없이 재투표를 실시하였고, 투표결과 12명 찬성, 8명 반대로 안건이 의결되었다. 이때 방청석과 의원들 사이에서 절차적인 문제를 제시하며, 회의장은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되었고,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까지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곧 절차적민주주의를 말하고, 이 절차가 정당해야 한다는 것은 주권자와 선출직정치인, 그리고 공직자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대원칙일 것이다.
물론, 소수 지방의회의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일반적으로 속초시의회는 여러 안건들에 대해 의원들간 끊임없는 토론과 협의를 거쳐 합의로 처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8대 속초시의회를 포함해, 속초시의회의 역대 표결건수(최근 10년간-8건 모두 무기명 전자투표-가결 5건, 부결 3건)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협의과정을 거쳐 만창일치의 찬성, 반대 결정이 도출된다면 다행이지만, 다수결이라는 명목 하에 소수의 의견 자체가 묵살되고, 합의로 처리했다고 하면 이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단 한명의 소수의견도 기록에 남겨 반대하는 이유와 과정을 유권자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다수결로 결정된 사안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가 될 것이다.
종합해보면, 속초시의회에서 본회의를 열어 조례안 등을 처리하는 경우 표결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의원간담회(조례심의)에서 조율을 거쳐 합의에 이른 상태로 본회의에 상정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의장이 안건에 대해 이의 유무를 의원들에게 묻고, 이의가 없을 경우 가결된 것으로 보고 그대로 통과시킨다. 드물게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제7대 도시계획개정조례안, 제8대 의회는 현재까지 없음) 찬반토론을 진행하고 표결에 부치는데, 이 경우 관행적으로 무기명투표로 진행을 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거듭 말하자면, 속초시의회는 기명전자투표시스템(국회와 같이 의원명과 찬성, 반대가 표시되는 시스템)이 갖추어 있지 않아, 거수 또는 기립투표를 해야 하는데, 회의규칙에 있는 절차 없이 무기명전자투표를 통해 안건을 처리해 왔다. 이럴 경우 전자투표 현황판에는 찬성, 반대, 기권의 숫자만 표시된다. 속기록 역시 이 숫자만 남게 된다. 유권자인 주민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의원들 개개인이 사안에 대해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의원에 대한 평가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얼마 전인 2018년 6월21일 제7대 속초시의회 본회의에서 시민단체가 발의한 주민청구조례안(도시계획조례일부개정안)의 처리과정과 결과를 보면, 무기명전자투표를 통해 찬성1, 반대3으로 부결되었고, 각종 언론기관과 방청객들은 전자투표를 하는, 당시 의원들의 손을 유심히 보고, 찬성의원을 찾아내어, 찬성의원과 반대의원을 분류했다고 한다. 그것도, 찬성1의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달리 전자투표 버튼을 누르는 시간차를 두었기에, 다행히도 분류가 가능했다고 한다.
따라서, 속초시의회는 의장과 부의장, 특별위원장 등의 인사와 징계 안건이 아닌 경우, 무기명투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개선한 필요가 있다. 또 국회와 같이 의회 홈페이지에 ‘본회의 표결정보’ 메뉴를 신설해, 안건의 찬성, 반대, 기권의원 숫자와 명단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속초시의회는 조만간 집행부에서 발의한, 도시계획조례안에 대해 심사, 의결절차를 부담이 된다 하더라도 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표결을 해야 하는데 속초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대해, 주권자인 시민들께서 반드시 알 수 있도록 거수 또는 기립으로 표결을 해야 할 것이다.
‘비겁한 박쥐’(새와 짐승의 박쥐)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평화롭던 숲속에 새들과 네발 동물들 사이에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고, 힘든 과정을 통해 결국 숲속에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과정에서, 박쥐는 자신이 양쪽 모두에 해당이 된다면서, 경계선에서 어느 한쪽에도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자기만 살려고 양쪽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양쪽에서 버림받는 박쥐를 얘기하는 이솝우화이다. 정치인들에게 큰 교훈을 주는 우화이다.
선출직 정치인은 자신의 소신과 결정을 책임지고 중립이라는 편안한 쉼터에 숨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선택해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강정호
속초시의원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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