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봉사단 35명이 지난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라오스 르앙프라방 주립병원에서 재능 기부와 사회공헌활동을 벌였다. 금강 보청기 국제봉사단은 현지 청력 한우를 대상으로 보청기 착용 적합 검사를 마친 뒤 30명의 적임자에게 보청기를 무료로 전달했다. 수많은 청각장애우들이 왔지만 젊은 청소년 위주로 전달하다 보니 마음이 아팠으며, 열악한 의료 환경 탓으로 중이염을 제때 치료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청력에 대한 심각함이 더했다.
너무나 감사했던 것은 현지 선교사와의 긴밀한 협조 속에 해외 봉사활동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속초중학교 34회 졸업생인 박태영 선교사를 만나 같은 고향 선후배 관계로서 더욱 의미를 더해 기뻤다. 특히, 금강보청기의 선명진 대표와 필자는 18일 일련의 봉사활동 공로로 주립병원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국제봉사단(단장 김상기)은 체류 기간 각종 안경과 의류 500여벌을 빅트리아카페를 운영하는 교포 손미자CEO에게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해달라며 기부했다.
영상 40도가 넘나드는 건기인 현지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 국제봉사단은 지칠 줄 모르고 통역을 통해 한국인의 사랑을 깊숙이 전해드렸다.
르앙프라방은 라오스 북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로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도 비엔티엔에서 메콩강을 따라 400여km 거슬러 올라가 칸강과 합류한 곳에 위치한다. 현지 시민은 6만여명에 이르며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욕망이 멈춘 힐링의 땅 르앙프라방에서의 느린 미학이 깃든 땅에서의 국제봉사는 더욱 뜻 깊은 봉사였다. 사랑도 탈 것도 더딘 템포로 간다.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죽기 전 가봐야 할 여행지’ 1위의 수식어만큼이나 르앙프라방은 란싼왕조의 첫번째 수도이며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700미터의 도시로 유서 깊은 유럽식민시대의 빛 바랜 건물을 간직한 채 오랫동안 웅크려 있었다.
그런 고립과 단절은 르앙프라방의 앳된 모습을 지켜냈다. 도시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르앙프라방은 아침이 좋다.
굳이 스님들의 탁발행렬이나 새벽시장이 아니더라도 뒷골목을 서성거리는 건만으로도 행복하다. 밤늦도록 마시고 떠들어대던 이방인들이 기쁜 잠에 밀려나 있을 때 르앙프라방의 수줍은 삶은 그제야 얼굴을 내민다.
승려들은 빗속의 발우를 메고 맨발로 나서고 사람들은 좁은 치마 밑에 무릎을 조아린다. 새벽 탁발은 르앙프라방에서 매일 해 뜰 무렵 진행되는 경건한 불교 의식이다. 주민들은 손으로 한줌 떼어낸 찹쌀밥 키오냐오를 스님들의 발우에 정성스럽게 담고 이방인들이 들고 온 바게트나 과자 봉지도 허물없이 뒤섞인다. 스님들이 입은 겉옷이 오렌지색깔로 도시 전체가 오렌지 물결의 탁발로 시작되는 르앙프라방의 아침 풍경은 골목 깊숙이 스며든다.
담벼락 너머에서 닭이 쉰 목소리로 울어대는 것도 정겹다. 장작을 때 피어오른 연기 사이로 식당이 문을 열고 바구니가 달려있던 컬러풀한 자전거 대신 검정색에 우직한 삶의 자전거가 도로를 가로지른다.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한 채 헤어짐의 섭섭함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박태영 고향 후배와 손미자, 임동섭님 등 많은 한국인들이 조심스럽게 전하는 다시 또 와달라는 부탁에, 노력해보겠노라고 했다. 헤어지는 순간에도 우리 봉사단 일행이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황토색흙먼지 마시며 손을 흔들어 주시던 그네들이 떠오른다.
라오스 국제봉사단 일행과 현지 볼론티어들이여 건강하세요. 곱짜이(감사합니다), 우리가 나눈 만큼 세상은 행복합니다.
김상기 이사장(왼쪽)이 박태영 선교사와 보청기를 착용한 학생, 어머니와 함께 했다.
김상기 한국늘사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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