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설악여중 12명의 재학생들이 환경동아리 ‘에코’의 2학기 활동을 돌아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에코’는 작년 가을부터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청정한 내 고장 지킴이’라는 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에코’는 속초의 자연환경과 지역의 자원순환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에 더해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서 우리 지역의 쓰레기 배출 실태를 조사했다. 학교 주변의 주택가와 아파트, 도로변을 돌며 쓰레기 배출 현장을 살폈다. 학생들의 쓰레기 배출 실태조사는 정교한 관점과 전문적인 기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이 경험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이 됐다. 쓰레기 배출실태 조사 결과를 기록한 문서에는 ‘관광객과 무관한 생활쓰레기가 매우 많아 놀람’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학생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함을 절감한 것이다. 이 모임의 반장인 3학년 김도연 학생이 밝힌 이번 학기 활동 소감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속초시 환경자원사업소에 갔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쓰레기 처리 과정을 보니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어요.”
학생들은 교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쓰레기를 분류해보기도 했다. 오물이 가득한 쓰레기봉지를 풀고 쓰레기들을 종류별로 나누면서 어떤 쓰레기들이 배출되는지 확인했다.
“종이류가 많았고 비닐도 잔뜩 나왔어요. 그리고 젖은 쓰레기도 왜 그리 많은지…….”
동아리의 부반장인 3학년 서교정 학생은 쓰레기봉지를 풀어헤쳤던 기억을 떠올리며 쓰레기 분리배출의 문제점을 짚었다.
설악여중 ‘에코’는 2017년 김도연 양이 주도해서 만들어진 동아리로 지금까지 환경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환경 문제의 국제 협력을 도모하는 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의 ‘깨끗한 바다’ 캠페인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 관련 포스터를 제작한 바 있다. 학교에 텃밭을 만들어 상추, 고추, 심지어 블루베리까지 심었고 닭도 닭장에 가두지 않고 풀어서 키웠다. 그 외에 환경 공부도 틈틈이 하고자 했다.
입시만이 강조되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은 그들만의 자발적인 노력을 2년 동안 꾸준히 이어왔다.
반장 김도연 양, 유엔환경계획서 일하는 꿈
“1학년 때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라는 책을 읽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근데 제 주위에는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이 없어 아쉬웠어요. 그래서 2학년 때 동아리를 만들었죠.”
에코의 반장 김도연 양의 얘기다. 일찍부터 환경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도연 양은 벌써 환경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도연 양은 장차 유엔환경계획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 꿈을 향한 발걸음은 현재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도연 양은 3월이면 양구의 강원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해 국제적인 전문가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그런데 에코의 반장인 도연 양과 부반장 교정 양에게는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3학년인 두 사람은 이제 졸업을 하게 돼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에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현재 2학년 학생 누군가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에코’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날 모임에서 해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던 1학년 김서현 학생의 말을 들어보면 예비 졸업생들의 걱정이 기우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온 세상 사람들이 환경 문제,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전 다음 학기에도 ‘에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설악여중 환경동아리 ‘에코’의 학생들과 환경연합의 김안나 사무국장(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이 학교의 ‘에코’ 담당 교사인 김경미 씨(맨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에코’의 반장 3학년 김도연 학생.
설악여중 환경동아리 ‘에코’ 학생들이 쓰레기 배출 실태를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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