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보름 남짓한 시간들이 흘렀다. 그 사이에도 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들은 계속 진행형이다. 여행을 떠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사를 한 이들도 있고 결혼식을 올린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장례식을 치룬 이들도 있다. 2018년은 그저 햇수를 가늠하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고 2019년에도 우리의 삶은 작년과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다.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 가요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곡들이 만들어지고 발표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곡들은 청중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곡이 되어 발표된 지 수 십년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 귀에 맴돌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곡들은 그런 곡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청중들에게 외면당하고 조용히 스러져가곤 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 좋아하는 가수들이 따로 있겠으나 ‘이문세’는 필자가 20대 때부터 좋아하던 가수들 중 한명이다.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정규 16집 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인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던 1988년에 발표한 정규 5집 앨범은 16집까지 이어져온 그의 앨범들 중 명반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주옥같은 곡들이 많았다. ‘광화문연가’, ‘붉은 노을’ 등 이문세를 대표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의 곡들이 바로 5집 앨범에 실려 있다. 하지만 필자가 그 5집 앨범에 실려 있는 곡들 중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끝의 시작’이라는 곡이다.
‘끝의 시작’은 노래 제목에서부터 약간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실 그 노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약간 말장난 같기도 했었다. 끝이면 끝이고 시작이면 시작인거지 끝의 시작은 뭐란 말일까? 끝이 계속되는 시작이라는 말일까 아니면 끝맺음을 한 후 새롭게 시작한다는 말일까? 또 이곡은 이문세의 히트곡 중 대다수 곡을 작곡했었던 ‘이영훈’을 친척으로 두었던 대학친구 덕에 이 노래가 발표되기도 전에 그와 친했던 몇몇 친구들은 편곡 전 악보를 챙겨서 기타를 뚱땅거리기도 했었던 곡이었다. 노래 제목 탓이었을까? 이 노래는 필자가 살아온 삶 속 여러 곳의 변곡점에서 기억되는 곡이기도 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을 때, 바로 젊음의 가장 정점에서 전혀 다른 세계로의 전입이 이루어졌을 때도 이 노래와 함께 했었다. 이 노래의 원래 가사가 표현했었던 연인과의 이별 후 심정을 필자도 비슷한 상황에서 절절히 느끼며 불렀던 곡이기도 했다.
모든 변곡점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은 계속해서 변화해 가기 마련이고 모든 끝남은 그것으로 종료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다가올 졸업과 입학 시즌을 생각해보면 졸업이 학업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으로의 시작이 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을 지나온 지 어쩌면 겨우 보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보름이나 지난 것일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우리의 삶속에서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끝냄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18년의 끝을 부여잡고 시작한 2019년도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첫 만남의 설렘으로 올 한해의 마지막 날까지 마무리 하고 싶다. 신영복 교수의 글처럼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일 테니까….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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