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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 가는 배 목수의 기억…‘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출간
양태인·전용원 목수 이야기 담은 사진에세이집 / 동아서점 김영건·칠성조선소 최윤성 대표 편집
등록날짜 [ 2019년01월07일 10시35분 ]

속초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동아서점의 김영건 대표와 칠성조선소의 최윤성 대표가 배 목수 2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편집해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를 펴냈다.
이 책은 키워드별로 배 목수 2명의 이야기와 사진을 배치한 사진에세이집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서울의 목욕탕> 등, 주로 사라져가는 것들을 소재로 작업을 해온 박현성 작가가 촬영했다.

배 목수 안타까운 소회․자부심 담아
이 책의 주인공 양태인 목수는 80대 초반으로 열세 살 때부터 통영에서 배 목수 일을 배웠고 1960년대 말 속초에 일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서 속초로 온 후 칠성조선소에서 한평생을 보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전용원 목수는 60대 중반으로 흥남조선소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둔 실향민 2세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일을 배워 1970년대부터 배 목수로 일했다.
저자들의 이력도 흥미롭다. 동아서점의 김영건 대표와 칠성조선조의 최윤성 대표 두 사람 다 조부 때부터 해오던 일을 3대째 물려받았다. 단, 최 대표는 여전히 배를 만들고 있지만 칠성조선소는 현재 조선소 기능을 접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 책에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가득하다. 동아서점 김 대표는 프롤로그에서 그의 조부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싫어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돌아본다. 그는 당시 평범한 이가 지나온 삶의 역사에 귀를 닫았고 대신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왕들의 이름을 외웠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나이 지긋한 배 목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그의 조부를 떠올린다.
배 목수의 이야기도 안타까운 소회가 주를 이룬다. 양태인 목수는 걸어가다가 배만 보이면 옛날 생각을 한다. 배 목수를 여기저기서 찾던 시절에 대한 기억들은 이제 향수가 됐다. 그는 80대임에도 “저는 평생 손에 아무 이상이 없었어요. 지금도 일이 있으면 일할 수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예전에는 수협 어판장에 사람들이 가득했고 오징어를 말리는 곳이 부족할 정도로 수산업이 활황이었다. 그래서 배를 만들거나 고치는 일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흐뭇했던 일들은 두 목수에겐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돼버렸다.
차츰 어획고가 줄어들고 FRP(섬유강화플라스틱) 배가 많아지면서 배 목수들은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배 목수로서의 장인정신과 자부심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시대 변화는 불가항력적이었다.
두 목수는 세태의 변화와 수산자원 고갈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들을 풀어놓는다. 전용원 목수는 “오 씨는 없어진 지 오래고, 금 씨만 있어요. 금징어요”라고 얘기하고 또한 거의 사라져 버린 명태를 두고서는 저인망 어선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표한다.
 
평범한 이들이 겪어온 역사에 관심
이 책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 태도로 책을 마무리하지는 않는다. 에필로그에서 칠성조선소의 최윤성 대표의 목소리는 밝다. 그는 배 목수와의 대화를 통해 칠성조선소를 바꿔갈 희망을 본 듯하다. 그는 두 명의 목수와 함께하면서 얻은 뿌듯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고 다짐한다.
흔히들 역사라고 하면 정치사와 왕조사를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학은 시간 속의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이기에 정치사, 왕조사 중심의 역사 이해는 너무 협소하다. ‘시간 속의 인간’이라고 할 때 그 ‘인간’에는 평범한 이들도 포함된다. 평범한 이들의 삶을 관찰하여 인간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선다면 평범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는 이와 같은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 책에 배치된 키워드는 명태, 오징어, 조선소, 하루 일당 등 과거를 짚어볼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나이, 건강, 가족 등 한 개인의 사고를 들어볼 수 있는 것들도 있어서 다각도로 두 사람의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증언집, 구술서로서의 역할보다는 배 목수라는 직업에 대해 환기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는 사진 중심의 에세이라는 형식에서 오는 특징이다. 물론 책의 이런 성격으로 인해 책이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아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은 속초에 사는 평범한 이들이 겪어온 역사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는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cmapin@hanmail.net
이 책의 저자와 주인공들. 좌측부터 칠성조선소 최윤성 대표, 배 목수 양태인 옹, 배 목수 전용원 씨,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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