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아직은 한산한 편인 속초관광수산시장의 한 튀김집에 큰 현수막이 걸려 있다. 거기에는 ‘불우이웃 사랑나눔 행사’라는 문구가 보이고 그 아래엔 ‘맛있는 튀김도 드시고, 기부천사도 되세요’라고 적혀 있다. 직원들은 모두 행사용 어깨띠를 두르고 손님을 맞는다.
지난 21일 속초아저씨튀김맛집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우이웃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속초아저씨튀김맛집은 이날 매출액 전체를 금호동 희망나눔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금호동주민센터 이승우 맞춤형복지담당은 이에 대해 “가게의 수익금을 기부하는 경우는 봤어도 매출액을 기부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가게 안에는 유명인들의 서명이 붙어 있었다. 그 중에는 그룹 비투비의 서명도 있고 영화배우들의 이름도 시선을 끌었다.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한 노회찬 의원의 서명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져 있었다.
“하루 논다 생각하고 이렇게 하는 거죠.”
이 가게의 김인학 사장은 살짝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이 이런 행사를 하게 된 데에는 본인의 의지도 있었지만, 아내의 권유도 큰 몫을 했다.
“저희가 어려움을 겪어봐서 이런 일을 하게 됐죠. 돈을 모은 다음에 하려고 하면 늦어요. 생각났을 때 바로 실천해야죠.”
김 사장의 아내인 조옥경 씨의 말이다.
김 사장 내외는 15년 전에 양양으로 왔고 속초수산관광시장에서 가게를 시작한 것은 5년 전이다. 그 전에 김 사장은 수도권에서 가구업을 제법 크게 했다. 그러나 사업이 기울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속초에서 가게를 시작할 때에는 아주 조그만 규모로 시작했다.
김 사장 내외는 시장 장사를 아주 악착같이 해냈다. 아침 8시에 가게에 나와서 밤 9시에 문을 닫았는데 다음날 장사를 준비하기 위해 새벽 2시까지 일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장사는 오래지 않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김 사장 내외의 기부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아내 조옥경 씨는 벌써 수십 년 전부터 유니세프에 꾸준히 기부를 해왔고 장사를 하면서는 복지기관에 무료쿠폰을 배부해왔다. 그런데 무료쿠폰은 김 사장 내외가 의도한 대로 저소득층을 위해 쓰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이 기부행사이다. 시장의 한 식당에서 1년에 한 번씩 시장 상인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본 후 이렇게 연례행사를 하리라 마음을 품어오다가 작년에 비로소 시작하게 됐다.
“이런 행사를 하면 참 묘한 감정이 들어요. 많이 팔면 그만큼 기부를 많이 하는 거잖아요? 많이 팔릴수록 정말 마음이 벅차오른다고 할까요? 빠졌던 게 채워지는 느낌이라 할까요? 그러면서 즐거워요.”
김 사장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 옆에 있던 아내 조옥경 씨는 이런 말을 보탰다.
“기부문화가 시장에 확산돼 시장이 더욱 훈훈한 곳으로 변해가면 좋겠어요. 그래서 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여기에서 따뜻한 느낌을 받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한편, 속초아저씨튀김맛집은 26일 속초시청에서 김철수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450만원의 성금을 금호동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속초아저씨튀김맛집을 운영 중인 김인학·조옥경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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