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대표 향토문화축제인 설악문화제 예산을 시의회가 대폭 삭감해 내년도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시의회는 내년 추경예산 심의 때도 설악문화제 관련 예산심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지역사회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속초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유혜정)는 지난 19일 계수조정에서 설악문화제 행사 지원 예산 5억7,000만원 중 5억원을 삭감했으며, 시의회는 2차 정례회 마지막날인 지난 19일 3차 본회의에서 이를 확정했다.
이에 대해 유혜정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설악문화제가 올해로 54회째지만, 지역문화를 제대로 살렸다고 할 수 없고 지역화합도 못 이끌어 내,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내년 1년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깊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이 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7,000만원은 지역문화행사인 산신제 등과 관련된 예산”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사실상 53년 전통의 설악문화제를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설악문화제 예산의 대폭 삭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시의회의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축제 관계자들은 “시의회가 매년 새해 예산 심의 때마다 설악문화제의 예산을 제때 확보해 주지 않고 행사를 바로 코앞에 두고 반영해줘 행사 준비와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다.
이어 “올해 행사운영 과정에서 나왔던 문제점을 보완하고 행사를 알차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새해 본예산에 설악문화제와 관련한 예산이 상당수 반영됐어야 했다”며 “새해 본예산에 어느 정도 반영돼야 경험 있고 능력 있는 업체를 우선 선정해 행사를 원만하게 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12~14일 사흘간 속초로데오거리 일원에서 열린 제53회 설악문화제의 경우 관련 예산이 지난해말 본 예산 심의에서 한 푼도 반영되지 못했다가, 1회 추경 때 1,000만원, 행사를 바로 한 달여 앞둔 지난 8월말에 6억3,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축제위원회가 행사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53회 설악문화제는 음향시설 고장으로 거리퍼레이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시의회는 내년 설악문화제 관련 예산을 추경 때도 심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산 추가 확보와 로데오거리의 거리퍼레이드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 위원장은 “설악문화제와 관련한 예산을 내년 추경 때 확보하는 방안을 현재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내년 1년 휴식기 동안 주민센터와 시민들과 설악문화제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가질 생각”이라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제53회 설악문화제의 동대항전인 떡메치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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