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는 겨울 작업이라 배가 얼어 고생을 많이 했다. 추운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온통 하얬고 조업 중에 미끄러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얼음은 방망이로 깨야 했는데 이것도 고기 잡는 일 못지않은 하나의 일거리였다.
“요즘 추위는 추위도 아니지요.”
김상호 옹은 당시 배 위에서의 혹독한 겨울을 떠올리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명태 잡이는 돈이 좀 됐다. 김 옹은 그 돈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오징어잡이는 꽁치나 명태보다 작업이 덜 힘들었다. 김 옹은 “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했다. 김 옹은 중학교 때부터 오징어잡이를 해서 집안의 살림에 보탰다. 그가 전쟁으로 학교를 쉰 관계로 중학생 때 이미 고등학생 나이였음을 고려해도 오징어잡이는 10대 후반 남성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조업에 비해 비교적 덜 까다로운 일인 것이다. 그러나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뱃일은 무엇을 하든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
요즘과는 달리 예전에 오징어는 잡는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10마리를 잡는다면 그 중에 4마리는 선주 몫이었고 나머지는 잡은 사람이 가졌다. 오징어잡이는 열심히 하면 더 벌 수 있었기에 김 옹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못 잡는다 싶으면 밥도 안 먹고 일했다. 밥을 굶는 대신 오징어를 잡아 그 지느러미를 씹어 먹고 버티며 쉬지 않고 일했다.
이와는 달리 명태와 꽁치는 고기를 잡아서 판매한 총계에서 경비를 빼고 나머지를 나눠 가지는 식이었는데 선주는 선원의 세 배를 받고 선원들은 같은 금액으로 분배받았다.
과거에 동해에서는 고기들이 참 많이 났다. 고기들이 너무 많이 잡혀 항구에 고기를 내려놓을 공간이 없어 애를 먹는 경우도 많았다. 몇 십 년 전에는 속초에 온 외지인들이 고기 냄새로 힘들어했고 대포만 넘어서면 비린내가 심하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상당수 어종들의 어획고가 줄었다. 명태는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이고 꽁치도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마리 한 축이던 오징어는 귀해지고 비싸져서 이제 열 마리 또는 다섯 마리, 심지어 두 마리를 묶어서 내놓기도 한다. 김 옹은 대략 40년 전쯤부터 고기들이 줄기 시작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김 옹은 바다에서 겪은 고된 기억들을 열거했다. 하지만 그는 바다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크게 다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에 그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바다를 떠나 육지에서 일할 때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김 옹은 바다를 떠나고 싶어 한 어부였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그가 바다에서 일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였다. 특히 속초가 어딘지도 모르고 자신을 따라온 아내는 그가 바다에서 일하게 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김 옹은 30년 전 큰일을 겪고 바다를 떠났다.
<다음에 계속>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김상호 옹이 젊은 시절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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