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에 심장까지 좋지 않은 김영숙(65, 가명) 할머니는 눈 혈관이 파열돼 일을 하지 못하는 남편(69)과 어린 손주 2명과 함께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속초 교동의 낡고 허름한 집에서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일 찾아간 김 할머니의 집안엔 냉기가 가득했다. 방 벽에 스펀지를 덧댔지만, 외풍이 심하고 방바닥은 차가워 어떻게 이 겨울을 날까 싶었다. 문을 닫아도 문틀과 맞지 않아 그 틈새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와 손발이 시릴 정도였다. 난방을 위해 전기판넬을 깔아 놓았지만, 전기세가 걱정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연탄이나 기름보일러를 설치하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된다. 전기장판이 있지만, 그 마저도 손주들이 집에 올 때만 잠깐씩 켠다고 한다. 방안이 춥다보니 늘 이불을 깔아놓고 지낸다.
김 할머니는 시각장애 6급이다. 어렸을 때 왼쪽 눈을 다쳐 실명 상태고 오른쪽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어려서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활동을 하면 숨이 차고 어지럼증이 나타는데다 갑상선저하증까지 겹쳐 일을 할 수가 없다. 약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간간이 방충망 일을 했던 남편은 지난해 안압이 높아지면서 눈의 혈관이 터져 흐릿하게 보리는 상태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김 할머니는 5~6년 전부터 손자(중 2년)와 손녀(초등 6년)까지 맡아 키우고 있다. 아들이 빚 때문에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는다. 손주들에게 용돈도 마음대로 못주고 옷도 얻어다 입히지만, 속 깊은 아이들은 불평 없이 따라줘 김 할머니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지 못하다보니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와 기초연금, 장애수당으로 나오는 100여만원이 전부다. 이걸로 생활비를 쓰고 병원비와 약값도 내며 근근이 버틴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임혜옥 사회복지사는 “거주하고 있는 집의 상태가 너무 열악해 무엇보다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고, 집안에 가구가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옷가지나 이불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어 가구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임혜옥 사회복지사가 김영숙 할머니와 상담을 하고 있다.
■ 홀로 딸 키우는 양양읍 김영미 씨
몸 아파 일 못해 월세도 밀리고 ‘막막’
“내년에 중학교 들어가는 딸에게 새 교복도 입히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양양읍의 한 월세방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김영미(가명, 39) 씨는 밀린 월세도 못 내고 있어 올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막막하다.
9년 전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 그는 지난해까지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며 방세 걱정은 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관절염이 심해 직장을 그만두고 난 뒤로는 생계 걱정에 밤잠을 설치곤 한다.
시간제 알바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던 김 씨는 지난 9월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파 집에서 쉬면서 매달 35만원씩 내던 월세도 3개월째 밀린 상태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아픈 몸을 이끌고 횟집과 식당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월세도 내고 딸이 먹고 싶어 하는 치킨이나 피자도 사주곤 하면서 그래도 행복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최근 무릎에 물이 차는 관절염이 심해진데다, 어지럼증도 자주 겪어 파트타임 알바도 힘든 상황이어서 생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렇다보니, 겨울이면 가스비와 공과금 등 20만원에 식대비까지 합쳐 40만~50만원의 생활비가 들어가 한숨만 절로 나온다. 하지만, 모녀 앞으로 나오는 정부지원금은 한부모 가정에 따른 10만원이 고작.
일도 못하는 상황에서 10만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김 씨는 긴급생계비 지원 등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생계비를 지원 받을 곳이 여의치 않아 망연자실하고 있다.
특히,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우던 피아노를 그만두게 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김 씨는 변변한 학원조차 보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현재 양양군 드림스타트의 지원으로 학습지 수업을 지원받고 있는 딸은 그래도 배울 수 있는 게 행복하다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중학생 교복을 입은 딸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내서 일을 했는데, 이렇게 못난 어미를 둬 아이에게 너무 미안할 뿐이에요.”
엄마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딸은 학교에서 오면 항상 집에서 자신을 반기는 엄마가 있어 너무 좋다고 해맑게 웃는다.
매일 밤 딸과 함께 손을 꼭 잡고 자는 그 시간만큼은 행복하다는 김영미 씨는 내년에 중학교 들어가는 딸에게 새 교복을 입힐 수 있기만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김주현 기자
양양군 드림스타트 직원이 김영미 씨의 부은 손을 잡고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