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주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지난 7월3일 속초시의회 개원식에 위대한 속초시민들께 맹세한 선서문이다. 제8대 속초시의회가 개원되어, 많은 안건을 표결 없이 의원들 간 토론하며, 상호협의를 통해 처리하였다.
어쩌면 제8대 속초시의회의 첫 번째 표결이 될지 모르는 첨예하고 복잡한 집행부 제출조례안이,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해당조례안에 대해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모두 속초시를 위한 입장이기에, 내의견이 무조건 맞다라는 오만을 버리고, 최대한 다른 의견을 듣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고 이 문제를 보려고 한다.
기존대로,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표결을 하게 된다면, 지방자치법에 의한 속초시의회 회의규칙에 명시된 것처럼, 거수 또는 기립으로 하여 각 의원들의 판단을 시민들께서 알 수 있게끔 하여야 할 것이다.
속초시장께서 최근 각종 언론보도나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2019년 1월경 이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먼저, 이 조례안의 옭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반드시 짚고 가야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처리 기본원칙 중 운영을 합리적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왜냐하면, 본 안건은 불과 수개월 전인 2018년 6월21일 제7대 속초시의회에서 시민단체가 발의한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해 표결하여, 찬성 1, 반대 3으로 부결되었고, 법률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당시 개정안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아 다시 제출된 일부개정조례안이기 때문이다.
당시 시민단체의 조례안에 대한 속초시의 입장은 ‘건물층고제한은 도시의 다양하고 개성 있는 개발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고, 일부지역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전 지역에 획일적인 층수하향조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시가지경관지구에서 건축물 높이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면 경관지구의 특성을 다양하게 반영하기 어렵고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 하향조정은 고밀도개발이 제한된다’라 해 놓고, 현재 추진 중인 조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할 때는 정반대의 논리로 설명을 한다. 행정은 연속성이 있어야 하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이러한 행정행위는 오직 시민을 위하고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시민의 재산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라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된다.
속초시의회 의원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잠을 이루지 못할 상황이다.
조례개정안 내용 및 도시계획 현황
그럼, 이번에 제출된 조례개정안의 주요내용과 도내 18개시군의 현황을 살펴보자.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은 현행 900%에서 700%(강원도18개시·군 중 16개 시·군 1300%, 영월 1,000%, 속초 900%)로, 일반상업지역에서 공동주택(주상복합 건축물의 경우 공동주택 부분의 면적이 연면적의 합계의 80% 미만인 것은 제외) 건축 제한(강원도 18개 시·군 중 9개시·군 제한없음, 9개시·군 90% 미만),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은 500%에서 400%(강원도 18개 시·군 모두 500%)로, 제2종일반주거지역은 25층 이하(강원도 18개시·군 중 15개 시·군 제한 없음. 동해시, 정선군-18층, 태백시-22층)로 건축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다.
그럼, 이 조례개정안에 포함되는 속초시 토지면적은 어느 정도가 해당이 될까? 해당부서를 통해 자료를 받아보았다.
속초시는 다들 아시겠지만, 전국에서 면적이 제일 작은 지자체 중 하나이다. 그 중, 가용면적(지자체 면적 중 주거용 및 산업용 등 실제로 이용 가능한 토지)을 확인해 보면, 총1억571만8,138㎡ 중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법)에 의해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자연환경보존지역(대부분 설악산국립공원 관련)이 6,724만3,000㎡로 63.6%에 해당한다. 속초시 총면적에서 자연환경보존지역 면적을 빼면 3,847만5,138㎡이다.
여기에서 국토법에 의해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전이 필요한 지역으로 결정·고시되고 건폐율 20% 이하, 용적률 최고 100% 이하인 보전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의 총면적은 2,734만4,317㎡에 해당된다.
속초시 총면적에서 자연환경보전지역(대부분 국립공원)과 녹지지역의 면적을 빼게 되면, 1,113만821㎡밖에 되지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1,113만821㎡는 국토법에 따라 제1종일반주거지역(4층 이하), 제2종일반주거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일반상업지역, 일반공업지역, 준공업지역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속초시의 용도지역 구분 현황을 해당부서에 요청했더니, 행정동으로 파악은 되지 않고, 법정동으로만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법정동별로 이번 조례안에 해당되는 제2종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일반상업지역은 모두 얼마나 포함이 되는지 확인해 보았다.(필지수는 시스템 분류 불가 통보 받음) 그 결과 △영랑동 : 총423,907㎡ △장사동 : 총237,364㎡ △동명동 : 총 500,381㎡ △금호동 : 총421,041㎡ △중앙동 : 총286,493㎡ △교동 : 총1,182,758㎡ △청학동 : 총238,457㎡ △청호동 : 총101,392㎡ △노학동 : 총85,853㎡ △조양동 : 총1,388,540㎡ △대포동 : 총126,885㎡ △도문동 : 총-㎡ △설악동 : 총261,039㎡로 나타났다.
이번 조례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이에 해당되는 제2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일반상업지역의 총면적은 525만4,110㎡가 된다. 이는 속초시 총면적의 4.9%, 속초시 가용면적인 총면적에서 자연환경보전지역을 제외했을 때 13.7%, 그리고 속초시 총면적에서 자연환경보전지역과 녹지지역을 제외하게 되면 47.2%로 거의 절반 가까운 지역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고 많은 시민들의 재산권에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조례개정안에 포함되어 25층 이하로 층수제한을 하자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건축되어 있는 공동주택과 연립주택은 72개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속초시 해당부서를 통해 취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황을 알아봤다.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의 문제점
필자는 속초시의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을 생각할 때 현재 속초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개발정책은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현재 추진 중인 건축규제사항은 전국에서 제일 강화된 건축규제이며, 시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속초지역에 건축되어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제외하고 중소규모의 15층 이하 아파트단지 대부분이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속해있다. 만일, 이 조례안이 가결된다면 2종일반주거지역에 있는 아파트들은 바로 층수 제한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들 지역에 건물높이를 제한한다면 기존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하여도 사업성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재건축 추진이 어렵고, 시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과연 속초시는 시민이 겪을 재산권행사 제한이라는 아픔을 도외시한 채 건축규제의 시범도시만을 지향할 것인가?
둘째, 초고층개발은 도시개발의 시대적 흐름이고 결코 난개발이 아니라는 점이다.
속초시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가진 자치단체 중 하나이다. 그나마 전체 면적의 64%가 국립공원이 차지하고 있어 개발가용면적이 매우 적은 특수한 여건을 가진 도시이다. 개발가용면적이 적은만큼 고도개발은 필수적이며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스카이라인을 살리는 고도개발정책을 추구해야만 한다. 저층개발이 반드시 주변경관을 보호하고 스카이라인을 살릴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마 전, 이 조례안에 해당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엑스포 유원지 부근에 41층을 추진하다, 소송결과 패소해 12층 4개동으로 변경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기존대로 41층 1개동으로 건물이 지어지면, 건물주변의 충분한 공간 확보로 청초호수 경관이 차단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공개공간이 많이 생겨 공원도 만들고 시민이나 관광객이 즐겨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12층 4개동의 경우 건물 간 여유공간이 없는 꽉찬 성냥갑 모양의 건물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부산해운대나 인천송도지역처럼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살리면서 얼마든지 초고층 개발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아름답게 잘 가꾸어진 야간경관을 갖춘 랜드마크형 건물이 즐비한 도시에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지 아니한가?
셋째,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의 용적률 하향조정은 외부민간자본 투자기회를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 자체가 그런 현상을 초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다수 도시의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은 1300%이지만 속초시는 이미 900%를 적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이번에 700%로 낮추려하고 있다. 도시개발은 민간자본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유치하여 개발하느냐에 달려있다. 전국 대부분의 도시들은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도시개발을 가속화시키려는 열기가 실로 뜨겁기만 하다. 심지어 지방재정을 과감히 지원하고 규제도 완화시켜 민간자본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전국이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속초시가 용적률을 낮춘다고 한다면 민간투자가들의 투자방향은 다른 동해안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민간투자가를 다른 지역으로 내모는 정책이 과연 올바른 도시개발정책인가?
광역교통망 개선으로 모처럼 조성된 투자붐을 잘 살려 속초시를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형 건물을 건립해 나가는 동시에, 도시개발을 가속화하고 지역경제를 살찌우는 기회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속초시민이 행정을 믿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개발정책을 기대해 본다.
강정호
속초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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