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5월 당시 속초에는 경천동지할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설악산 마등령에서 반달곰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반달곰은 안타깝게도 사냥꾼이 쏜 총탄을 맞아, 며칠을 고통 속에 신음하다, 구조의 손길이 다다랐을 무렵 운명을 다했다는, 그리고 그 반달곰의 사체는 가죽과 웅담 고기로 나뉘어 사람들 탐욕의 재물이 되었다는 보도에, 설악권 주민 모두가 사냥꾼에 대한 질책과 어려웠던 생활의 그 노모에 대한 연민으로 한동안 트라우마에 갇혀 있었지요.
제 기억의 또 다른 반달곰은, 1968년경 초등학교 입학 무렵 간성시장 장마당에서 해체된 채 고기로 팔려가는 반달곰이 있습니다. 향로봉에서 사냥했다는 반달곰. 특히 곰의 기름은 화상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외치던 장사꾼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흘리마을에는 곰 사냥을 하다, 곰의 공격으로 귀가 떨어진 사람이 있다는 등 어려서 곰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들었던 또 다른 반달곰의 실체를, 백두대간 깊은 산속 어디에서라도 살아남아 발견을 고대했건만 35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음은 더 이상 반달곰이 생존하지 않는다는 멸절의 증거로, 설악산 소공원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반달곰상이 대변하는 듯합니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되고, 2012년 멸종위기1급 야생동식물로 지정된 반달곰은 2000년 지리산에서 발견된 5마리의 개체 외 종 다양성을 위해 동일 형질의 개체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증식에 이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현재 지리산에 60여 마리의 방사 반달곰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의 노력이 어떠했으며, 지리산 인근 주민들의 협력 또한 지대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생존영역을 확장하려는 반달곰의 자연스런 이동이, 70여km 이상 떨어진 김천 수도산에까지 이르렀다니, 곧 백두대간을 타고 설악산까지도 자연스럽게 반달곰의 영역이 확장 되리라 희망을 갖게 되지만, 그러기엔 또 35년 이상의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하여, 우리 설악권 주민들이 합심하고 나서 설악산 반달곰 종회복운동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권유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지리산 반달곰 서식지 주변 민가와 등산로에서 펼쳐졌던 반달곰으로 인한 피해 보도도 심심치 않게 접해왔으나, 그것은 옛적부터 있었던 자연스런 일이었고,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을 뿐이기에, 우리와 같이 생활 속에서 동거동락 해왔던 설악산 반달곰을 복원하여 본래의 생태환경으로 되돌리는 일이야 말로, 한국에서 최초로 얻은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존지역으로서의 설악산의 위상에 걸맞은 일이기도 하기에 제안 드려봅니다.
정재욱
신용보증기금 남해인재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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