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이 개방된 첫날인 지난 6일 새벽 4시 30분. 대진항을 출발한 속초해경 50톤급 경비정(P-21정)은 20여분을 달려 어로한계선상에 도착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바다는 저도어장에 들어가려는 어선들로 이미 북새통이었다. 이날 대진과 거진 선적 어선 169척(어업인 321명)이 저도어장 입어에 앞서 해경의 점호를 받기 위해 어로한계선에 집결했다.
저도어장 주위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해군 1함대 함정 2척과 500톤급 해경경비함정 2척, 50톤급 경비정 4척이 먼저 나와 삼엄한 경계활동을 펼쳐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5시 30분, 해경의 점호가 시작됐다. 어선이 해경 경비정 앞을 지나가며 어선명과 승선어민 수가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면, 해경은 사전에 제출받은 자료와 팻말에 적힌 내용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점호를 마친 어선들은 어로한계선에서 대기하며 해경의 출발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오전 6시. 출발을 알리는 해경경비정의 사이렌이 울리자 어로한계선에서 대기하던 어선들이 목 좋은 곳을 선점하기 위해 물보라를 일으키며 전 속력으로 저도어장을 향해 일제히 내달렸다.
잠수부와 해녀들을 태운 관리선은 수심이 비교적 얕은 연안 쪽에 자리를 잡았고, 문어 연승 어선들은 저도어장 안쪽에서 조업을 시작했다.
어선들 뒤로 남북출입사무소(CIQ)와 휴전선 철책이 보였다. 북쪽으로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왔다.
문어잡이 연승어선은 어장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미끼를 단 낚시를 던졌다. 해녀들은 쉴 새 없이 자맥질을 하며 해삼과 멍게, 미역, 다시마 등을 채취했다.
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어장 북쪽 경계지점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어선들과 이를 밀어내려는 해경 경비정의 신경전도 잇따랐다.
해경은 “월선 우려가 있으니 남하하라” “북한경비정 출현시 즉각 남하하고 어선나포 등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재차 방송했다.
어장 입어 10여 분이 지나 문어 연승 어선들이 바다에 뿌려놓은 낚싯줄을 감아올리자 크고 작은 문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2㎏ 정도의 작은 것에서부터 10㎏은 족히 돼 보이는 큰 문어도 보였다.
대진 선적 남진호(1.27톤) 선장 홍순구 씨는 작은 문어를 들어 보이며 “바닷물이 차가워서 그런지 문어가 잘 잡히지 않는다”며 “어획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아쉬워했다.
어민보호에 나선 속초해경 50t급 경비정 정장 이철 경위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GPS 전파교란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피랍과 월선 방지 등 어민보호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약 8~9시간 동안 조업해 문어 4,500㎏, 해삼 150㎏, 미역 1,500㎏ 등 모두 6,550㎏을 잡아 9,950만원의 어획고를 올렸다. 지난해 첫 조업의 어획량(7,470kg)과 어획고(1억948만원)보다 다소 적었다.
저도어장은 동해 어로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저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어장으로 매년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고성관내 어민들에게 한시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이 개방된 지난 6일 새벽 어로한계선에서 해경 점호를 받은 어선들이 어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 어업인이 첫 조업에서 잡은 문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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