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속초시에서 ‘2018 속초관광활성화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관광홍보 마케팅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지역관광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기구(DMO; 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 모색을 위한 자리였다.
첫 번째 강의를 맡은 최희영(BYTIA 대표)씨가 최근 여행 행태 및 마케팅 트렌드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최근 여행객들은 여행시 대부분 ‘사진’을 남기는데 특히 20~30대는 SNS를 적극 활용한다. 나홀로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나홀로 여행을 안가는 응답자는 ‘위험’과 ‘외로움’ ‘식사불편’이 크다고 한다. 국내 여행지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은 강원도였고, 여행지 선택의 이유는 ‘휴식’, ‘자연경관’, ‘음식’이 주된 고려요소였다. 여행 및 맛집 정보는 포털 검색을 통해 주로 하고 있으며 여행시 지출 중 가장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응답은 ‘음식’이 가장 높았다.
여행 홍보도 영상 콘텐츠 활용해야
미디어 트렌드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국가답게 모바일 동영상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모바일을 통해 짧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늘어난 만큼 여행 홍보도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신 소비세대에게는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소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유명인에 의한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광고가 아니라 광고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영상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겨울 아웃도어 옷을 홍보하다고 할 때 유명인이 혹한의 환경에서 옷을 입는 광고가 아니라, 도시 속에 혹한의 환경을 만든 후 일반인이 들어가서 그것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를 영상으로 만들어 홍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는 기존의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호기심과 교감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최근 광고 시장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브랜디드 콘텐츠 광고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다. 유튜브는 2018년도 뉴미디어 1위 플랫폼으로 유저들의 로열티가 높아 브랜딩에 최적화된 미디어 채널이다. 인스타그램은 이슈 해시태그(#) 전략으로 참가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이같은 홍보마케팅 사례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2권역 ‘드라마틱 강원여행’의 마케팅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자연관광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은 지역의 가치를 활용한다. 지역의 음식, 체험, 문화, 일상, 밤을 스토리텔링하여 2030 세대에게 호소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식채널이나 SNS 등을 통한 바이럴마케팅을 동시에 실시하여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어서 테마여행 10선 사업 강원도 권역 PM을 맡고 있는 권순석(문화컨설팅 바라) 대표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으로 한국형 DMO를 제안했다. DMO는 지역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민간 기관, 지역주민이 서로 연계하여 마케팅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기존의 관광협회가 관광관련 사업자 모임으로 행정구역 내에서 정기이벤트와 홍보를 했다면, DMO는 다양한 사업자와 지역주민이 파트너십을 맺고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관광 마케팅을 주체적으로 한다는 점이 차이이다. 일본의 경우 DMO를 통해 지역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고도성장을 견인했다.
DMO 사례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 걸까? 권 대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주체적으로 협력하는 구조 속에서 지역의 장단점을 스스로 진단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한다. 속초의 경우 지속가능한 협력체제의 구축을 통해 오버투어리즘이나 관광마케팅에 우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DMO 설립의 단계는 크게 3가지로 진행될 수 있다. 1단계는 지역의 가치를 파악하고 메시지 발신을 위한 주체를 형성한다. 2단계는 지역의 독자적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경관정비와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3단계는 앞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관광업뿐만 아니라 농림어업, 소매업 등 다양한 업종의 단체와 개인이 참여하여 지자체를 초월하는 역동적인 DMO의 탄생이다.
지역 관광마케팅 조직 구축
이번 포럼에는 속초관광발전실무협의회, 설악컬쳐협의회, 지역관광아카데미 수료자 등 지역 관광에 실제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지역관광아카데미 수료자 모임인 속초애(愛)는 기존의 관광업 종사자 외에도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한 단체이다. 앞으로 속초형 DMO 조직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변화하는 관광트렌드와 마케팅 대응,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관광마케팅 조직 구축은 현재 속초관광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속초관광 홍보의 미디어마케팅 도구로 유튜브에 ‘속초채널’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속초를 경험할 수 있는 동영상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공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홍보 플랫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속초형 DMO는 지역관광 자원의 새로운 가치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최근 영랑호 목교 설치 논쟁의 근본은 영랑호를 어떤 가치로 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역활성화를 위한 관광자원인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환경자원인가의 문제이다. 두 가지 가치를 융합할 수 있는 장소마케팅으로 ‘걷는 호수 영랑호’를 제안하고 싶다. 최근 <걷는 사람, 하정우>를 발간한 배우 하정우를 초대해 영랑호를 함께 걷는 마케팅은 어떤가? 따지고 보면 영랑호도 신라시대의 스타 ‘영랑’의 스타마케팅 산물 아닌가. 과거 영랑호가 시인묵객의 ‘영감의 장소’였다면, 현대의 영랑호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보행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그때도 목교가 필요할까? 걷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영랑호’가 된다면 호수를 가로지르는 목교가 아니라 호수와 함께 거닐 수 있는 ‘영랑호’ 조성에 집중할 수 있다. 나홀로 관광객의 급증, 다른 체험을 원하는 2030세대, 힐링과 건강의 가치까지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당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의 핵심가치와 해석,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지역주체의 탄생이 필요하다.
김인섭 전문기자
배우 하정우가 최근 발간한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 영랑호를 모두 걸으면 하루에 몇 만보가 되는 걸까? 하정우를 통해 영랑호의 당대적 가치를 장소마케팅으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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