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날씨에도 주말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는 속초 교동 ‘동아서점’ 안. 이지적인 눈매를 가진 여성 네 명이 서점 직원용 앞치마를 입고 매장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무언가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3시간 동안 서점 안내자 역할을 맡은 <언니들의 여행법> 저자들이다.
동아서점은 8일, ‘1일 컨시어지’라는 다소 생소한 명칭의 일정을 진행했다. 이는 컨시어지(concierge), 곧 안내자가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날 안내자로 나선 최예선, 심혜경, 손경여, 김미경, 네 명의 작가는 서점을 돌며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책 <언니들의 여행법>을 소개했고, 또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책을 추천했다. 보통 책의 저자들이 하는 행사라고 하면 강연회, 북토크, 사인회를 떠올리지만 이날 작가들은 이렇게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섰다.
잠시 후 좀 더 생소한 장면이 연출됐다. 테이블 위에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가 놓였다. 그 옆으로는 낯선 브랜드의 차들과 찻잔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자들은 대만에서 사온 차를 타서 사람들에게 건네며 여행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갔다. 저자들은 차 모임을 통해 만난 사이라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줬다.
저자 중 한 명은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차를 우려내고, 다른 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를 권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다른 곳에서 고객을 안내하다가도 이따금씩 차를 마시는 주위로 와서 서점을 찾은 이들과 차와 책, 그리고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저자들의 목소리는 서점 안의 다른 이들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고, 그들의 대화는 서점 내에 울리는 음악에 묻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정도였다. 어떤 이들은 저자들을 신경 쓰지 않다가 어느새 다가와 앉아 차를 마시며 저자들의 설명을 들었고 다시 자신의 관심사가 있는 책꽂이로 발길을 옮겼다. 강연회나 북토크에서는 저자의 얘기 중에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이 어수선한 일이지만 ‘1일 컨시어지’란 행사에서는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언니들의 여행법>은 현재까지 총 두 권이 출판됐는데 1권은 일본, 2권은 대만을 각각 다루고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여행하면 불편할 수 있지만 네 명의 저자들은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여행을 했고 풍부한 사진과 지도로 두 편의 여행기를 꾸몄다.
저자들의 여행법에는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다. 저자들은 여행을 위해 해당 국가의 언어, 문학, 역사를 사전에 공부했다. 그리고 유명한 장소나 맛집 위주의 겉핥기식 관광이 아니라 사전 학습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들은 여행지에서 도서관이나 서점도 적지 않게 찾아갔다. 책을 쓸 목적으로 여행을 한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자들은 애초에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저자들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하는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혔다.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는 “홍보, 장소, 입장료 등 북토크를 진행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사안들을 고려해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며 “1일 컨시어지가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이번 행사를 기획한 모요사 출판사의 편집자 손경여 씨는 “강연회는 저자의 얘기를 독자들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전한다는 생각이 들어 동아서점과의 협의를 통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며 “이러한 형식은 처음이었지만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 이런 방식을 좀 더 확대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표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언니들의 여행법’ 저자들이 대만의 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언니들의 여행법’ 저자들. 최예선, 손경여, 심혜경, 김미경(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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