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판 가스 kg당 726.27원.’ 1982년 청년문화연구회 문학협회의 동인지 ‘알터’에 누군가 시를 적어 투고한 종이 뒷면에는 LPG 가격 인하를 알리는 광고문이 적혀 있다. 광고지 뒷면에 시를 적어 투고한 사람도, 투고를 받은 ‘알터’도 직접 손으로 글자를 적었다. 이 투고지와 동인지들은 당시 청년문화연구회에서 활동했던 황보해룡(56, 카페 ‘다랑’ 운영)씨가 서랍 속 유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속초에서 ‘청년문화연구회’가 결성된 것은 1976년. 청년문화연구회는 예술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모여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5개 분야의 모임을 구성했다. 문학협회는 지역 문학인들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구하기도 하고, 연극협회는 제일극장에서 창작극 <겨울만 사는 사람들>을 공연하는 등 젊은 예술 지망생들이 마음을 모아 활발하게 활동했다. 청년문화연구회가 활동한 90년대 초까지는 지역예술은 물론 지역경제도 꽃피우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산업구조와 트렌드의 변화로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향한다. 현재 속초의 20~30대 청년 인구 비율은 전체인구의 22.9%(2015년말 기준)이지만, 청년 예술가의 비율은 훨씬 낮다. 전원 20~30대로 구성된 극단 ‘소울씨어터’가 소속된 연극계를 제외하고, 나머지 분야는 속초예총과 민예총을 합쳐서 청년 예술인(20~30대)을 손에 꼽을 정도다. 예술 전공자 대부분이 도시의 대학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소울씨어터 남호섭 대표(33)는 “좋은 기량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인들이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오더라도 경제적 어려움과 척박한 문화예술토양, 문화예술 인프라와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 부족 때문에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속초 연극은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좋은 인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극장이 없어 지금까지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단발성 공연에 그쳐 왔다.
속초예총 정봉재 회장은 지난해말 발간한 <속초예술> 15호에 쓴 ‘속초 문화예술 제2의 르네상스, 지역청년예술가에 희망 걸자’라는 글에서 “미래 지역 문화예술을 이끌어갈 핵심 주체인 청년예술인 육성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청년예술가가 지역문화예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자연히 사회환원적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속초예총은 올해 청년예술가들의 삶의 질 향상과 젊은 회원 확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근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청년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향후 5년간 약 218억원을 투자해 공연장소와 활동 지원비, 취업 교육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매년 관광객이 늘고 있는 속초가 ‘문화예술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문화연구회 문인협회에서 80년대에 발간한 동인지 ‘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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