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으로 공부하는 어진 친구들. ‘통우인회’의 강재만 총무는 통우인회의 의미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통우인회는 강릉상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니던 속초·고성·양양지역 출신자들이 1982년에 만든 모임이다. 이 모임은 그해부터 지역에서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다양하게 펼쳤고, 1987년 속초에 방송통신고등학교가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속초에 방송통신고등학교가 설립되기 전에는 속초나 고성의 방송고 진학 희망자들이 학교에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강릉의 방송고에 재학 중인 이들도 학업을 이어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재학생들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고 일요일이면 등교를 위해 두 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 강릉의 학교로 갔다. 당시에는 속초에서 강릉까지 시외버스가 1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일요일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추려면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6시 차를 타고 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5시쯤에는 기상해야 했다.
이렇게 생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만 해도 벅찼을 것 같은데 통우인회는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일일찻집 운영, 찹쌀떡 판매, 그리고 근로청소년을 위한 위안 잔치를 했고 화재 피해를 당한 재학생을 돕기도 했다. 또한 속초시 등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기탁한 적도 적지 않다고 한다.
통우인회가 이렇게 봉사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갯벌지’라는 통우인회 소식지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소식지를 만들며 서로의 처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어려운 학우를 돕자는 의견이 형성됐다. 그렇게 학우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 나중에는 외부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는 속초에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신설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통우인회 초대 회장인 춘천 광영교회 김득용 목사는 1982년부터 방송고 신설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는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를 직접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고 여러 차례 서울을 오갔다. 학교 신설 노력은 2대 정연태 회장 시기에도 이어졌고 결국에는 1987년 속초상고 부설로 방송고가 설립될 수 있었다. 정연태 씨는 당시 “강릉 사람들의 반대와 관련 부서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통우인회와 더불어 속초에 학교를 하나 새롭게 만든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통우인회는 이후 속초상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재학생·졸업생과는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형식적으로만 보자면 신설 학교 출신들은 통우인회와는 다른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통우인회 구성원들은 이 점이 못내 아쉽다고 한다.
통우인회는 모임의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1년에 열 번 가까이 모임을 갖는다. 1980년대에는 속초·고성·양양에서 강릉 방송고에 다닌 사람이 한 학년당 수십 명 정도 됐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에는 모임이 꽤 활발했고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회원이 40명 정도이고 정기적으로 꾸준히 모이는 이들은 10여 명이다. 모임이 뜸할 때도 있었지만, 수십 년간 이어졌고 지금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있는 졸업생들이 꾸준히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통우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원식 씨는 “지금까지 속초에 설립된 방송고를 다닌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함께할 생각”이라며 “그렇게 모임이 활성화되면 다시 예전처럼 봉사활동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희망을 피력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통우인회 회원들(왼쪽부터 최성규 회원, 한원식 회장, 강재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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