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동 아바이 김상호 옹의 살아온 이야기<12> – 속초의 어부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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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다

등록날짜 [ 2018년12월10일 09시50분 ]

김상호 옹은 제대하고 속초에 돌아 왔을 때에도 여전히 뱃일보다는 다른 일을 찾고자 했다. 그는 원래 제대 후 부산 외숙부의 방직공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군에 복무 중일 때 외숙부는 동업자의 배신으로 사기를 당해 공장 문을 닫았고 그의 계획은 제대도 하기 전에 꼬여버렸다. 그는 제대 후 속초에서 어선을 탈 수밖에 없었다.
김 옹에게는 함경남도 홍원군 출신으로 청호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김 옹을 굉장히 아끼고 신경을 많이 써준 이였다. 김 옹이 제대한 후에 그 친구가 속초로 와서 김 옹에게 서울에 가서 일할 것을 권유했다.
김 옹은 친구의 말에 여러 고민을 했다고 한다. 김 옹은 결혼 직후 신혼생활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입대했다가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서 서울행이 망설여졌다. 3년 동안 아내와 떨어져 있었는데 또 다시 아내를 두고 가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아내를 두고 서울로 가버리면 아내가 부모를 모시고 동생을 돌본다고 힘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모와 어린 동생들을 두고 아내만 데리고 서울로 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울 생활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 끝에 그는 제대 2년 후 결국 혼자서 친구가 있는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너무도 강했던 것이다. 그는 서울로 가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잡아 아내를 부를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그가 친구의 소개로 처음 하게 된 일은 기성복 재단이었다. 그런데 아내 생각이 너무 나서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따라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가 재단을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던 사장은 몇 개월 후 그를 기성복 매장에서 근무하게 했다. 하지만 이 일은 거친 바다에 단련된 김 옹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저는 그런 일을 하기에는 사근사근하지 못했어요.”
김 옹은 서울행 1년 후 다시 속초로 돌아왔다. 그가 속초 바다를 떠나 대도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영영 사라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있을 곳은 속초밖에 없었고 속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뱃일이었다. 이후 김 옹은 배 타는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옹에겐 어민 생활이 주업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배만 탄 것은 아니었다. 바다에서 고기가 잘 나지 않는 기간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나갔지요.”
김 옹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예전에 동해에 명태가 많이 있던 시절에 명태는 추석 무렵부터 잡히기 시작해서 다음해 3월까지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2~3개월 꽁치가 나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여름이 오면 오징어를 잡았다. 이렇게 고기들은 잡히는 시기가 따로 있는데 그 사이사이 공백기가 있고 그러한 때에는 생활이 힘들어 김 옹은 건설 현장에서 일해야만 했다.
“배에다가 장화만 내려놓으면 끼니 걱정, 사는 걱정을 했지요.”
꽁치 잡이는 일 자체가 상당히 힘들었다. 일 자체만 놓고 본다면 명태 잡이보다도 고됐다. 꽁치를 잡는 배는 낮 1시쯤 출항했고 3시간 정도 몰고 가다 해가 지면 그물을 뿌렸다. 꽁치는 바다 깊숙이 다니는 고기가 아니라 갈매기의 행동을 보고서 판단했다. 갈매기가 바다에서 꽁치를 물고 날아오르면 선장은 그물을 던졌다. 꽁치 잡이는 배가 한번 섰다 하면 길게는 30시간 정도 거의 쉬지 못하고 연속으로 서서 일해야 했다. 배에는 밥을 짓는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때가 되면 밥을 준비했고 식사 후 담배 한 대 피우고 나면 바로 다시 조업에 들어가서 그물을 당겼다. <계속>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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