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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를 아시나요?…낡은 건물 부수기 전에 생각해 볼 것들
속초문화원 ‘건축 전문가와 떠나는 속초 도시 탐방’ 강의
등록날짜 [ 2018년12월03일 15시14분 ]

“여러분, 문화가 뭘까요?”
지난달 26일 속초문화원 문화사랑방에서 진행된 ‘건축 전문가와 떠나는 속초 도시 탐방’ 강연에는 정원 20명을 훨씬 초과한 인원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강사로 나선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 김재홍 대표는 문화의 의미를 묻는 아주 근원적인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런 질문이 주어지면 청중들은 대개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이날은 대답이 의외로 빨리 나왔다.
“인간의 삶 자체요.”
“네 맞습니다. 문화란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문화라고 하면 문화예술 혹은 예술을 연상하지만 김재홍 대표는 문화가 가진 포괄적인 의미를 짚으며 이날 강의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활용’ 가치 인정하는 ‘등록문화재’
이어 김 대표는 ‘등록문화재’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등록문화재란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 및 활용 가치가 높아 문화재청이 지정·관리하는 문화재이며 일제 강점기 이후 생성된 근현대 유물·유적들이 많이 등재돼 있다.
김 대표는 강의에서 등록문화재라는 제도를 잘 이용하면 지역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지역 사례를 열거했다. 조정래의 소설 속에 나오는 구 보성여관, 신안 증도 석조소금창고, 구 곡성역사, 울릉도의 옛 일본인 가옥, 제주 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등, 이들 등록문화재들은 지역의 명소로 거듭났고 이로 인해 지역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거리 전체가 활기차게 변해 지역을 살리는 매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등록문화재를 통해 지역의 문화공간을 만들 수 있고 이는 지역개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등록문화재로 도시재생을 넘어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등록문화재라는 제도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이 제도에서는 문화재의 ‘보존’뿐만 아니라 ‘활용’의 중요성도 인정한다. 등록문화재는 외관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내부 수리를 할 수 있고 그래서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세제 혜택이 주어지며 정부에서 수리에 대한 보조금도 지원한다. 따라서 외관은 유지하면서 내부는 카페로 바꾸거나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신안 증도 석조소금창고는 소금박물관으로 바뀌었고 구 보성여관은 숙박시설 외에도 소극장과 전시실이 들어섰다.

문화를 바라보는 넓은 시각 중요
김 대표는 시대적 의미를 담고 있다면 등록문화재로 등재될 수 있다면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시각을 넓히면 수십 년 된 낡은 건물이나 피난민들이 살던 장소도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다. 1950년대에 건축된 파주의 구 교하면사무소와 부산 우암동의 소막마을도 등록문화재가 됐다. ‘소막’은 소 축사로,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거주 공간이 없어 소 축사에서 살았는데 이를 등록문화재로 등재했다.
상황이 이렇기에 앞서가는 지자체는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등록문화재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산이 대표적인 도시로 군산에서는 경기화학약품상사 저장탱크를 등재한 바 있다. 이 저장탱크는 1972년 철판으로 제작된 원통형 구조물로, 현재에도 당밀저장탱크로 사용되고 있다. 이 탱크는 해방 후 건립된 산업시설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있어 등재됐다고 한다. 혹자는 그게 왜 문화재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문화’의 관점으로는 본다면 가능한 일이다.
“보성여관은 허물어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문화재로 등재된 창고들도 허름할 뿐, 별다를 게 없어 보였습니다. 여러분은 매일 바다를 보기에 바다를 보면 무감할 겁니다. 그러나 외지인들이 바다를 보면 특별합니다. 매일 지나는 장소도 다르게 보면 등록문화재로 등재될 수 있는 곳들이 보일 겁니다.”
김 대표는 이런 관점으로 구 속초수협 건물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구 속초수협은 경관이 멋지고 그 내부에 활용할 공간도 많기에 외벽 등을 보강한다면 활용가치가 크다.
“컴퓨터가 아무리 좋아도 프로그램이 깔려 있지 않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다면 별 소용이 없습니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가 중요합니다. 이제는 자연 경관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습니다. 여기에 문화가 더해져야 합니다.”
김 대표는 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하며 실내 강의를 마무리했다.
속초를 걸으며 듣는 강의
실내 강연이 끝난 후에는 동명동과 영랑동을 걸으며 강의가 이뤄졌다. 김 대표와 속초시 김만중 학예연구사가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했다. 옛 동해북부선 관련 건물과 속초시외터미널을 살펴보고 수복기념탑을 지나 너무도 좁은 동명동 뒷골목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명동 뒷골목에서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계속 멈추며 이제 곧 사라져 버릴 낡은 건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참가자들은 떨어져 나갈 듯한 낡은 대문을 눈앞에 두고 한참 관찰했고 빈 건물에 들어가 벽에 걸린 지도 한 장에도 시선을 집중했다.
1953년에 지어진 동명당성당에서는 곧 그 앞에 큰 건물들이 들어서서 멋진 바다 경관을 막아버린다는 얘기에 저마다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영랑동 골목을 걸을 때에는 오래된 건물 기둥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우리 지역의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진지한 얘기들이 참가자들 사이에서 오고갔다.
이날 도시 탐방에 참가한 한 시민은 “이전에는 문화를 생각하는 관점으로 속초를 바라보지 못했다”면서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서 대대적인 건설 개발이 활발하기를 바라왔지만 이 수업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이번 탐방의 의미를 정리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건축 전문가와 떠나는 속초 도시 탐방> 강의를 맡은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 김재홍 대표.
지난달 26일 속초문화원 문화사랑방에서 <건축 전문가와 떠나는 속초 도시 탐방> 강연이 열렸다.
동명동성당에서 조만간 사라질 바다 전망을 바라보는 도시탐방 참가자들.
속초 도시탐방 참가자들이 영랑동에서 도시 탐방을 마무리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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