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식목일을 앞둔 4월 초순쯤 속초엑스포 공원에서는 ‘나무 나누어주기’ 행사가 열린다. 올해 제71회 식목일을 앞두고도 4월 1일 오후 2시 엑스포주제관 앞 운동장에서 매실이며 자두, 헛개, 꾸지뽕, 감, 머루, 포도, 야광, 오가피, 개복숭아 등 어린 묘목 6,000여 본을 마련해두고 선착순으로 1인당 두 그루씩 무료로 나눠주었다. 당일 2,000여명의 시민들이 나무를 받아갔다고 한다. 나 역시 매실나무를 얻어 나중에 청이나 좀 담가볼 요량으로 행사가 벌어지는 엑스포 주제관 옆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30분 전인데도 이미 4, 5백여명의 사람들이 ‘ㄹ’자 모양으로 설치된 유도줄을 따라 구불구불 길게 늘어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접수처로 쓰일 몽골텐트 옆에는 묘목들이 수종별로 수북하게 쌓였고 어깨띠를 두른 행사담당자들이 나무를 나눠주기 위해 무더기 앞에 서 있었다. 꽃샘바람이라더니 대기에 섞인 봄기운만 믿고 얇은 옷을 걸치고 만만하게 나섰다가 추위에 뺨이라도 얻어맞은 듯 된통 혼이 났다.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어금니 지그시 문 채 추위를 견뎠다. 따뜻한 물 한 잔이 그리웠다. 그 와중에도 총선을 앞둔 후보자들의 홍보음악이 운동장을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줄선 시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한 후보자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눈에 익은 정치인들이 제법 나와서 나무를 담을 비닐봉지를 나눠주는 등 행사를 살짝 도와주고 있었다.
행사장 여기 저기 놓여 있는 나무 심는 방법에 대한 안내판을 읽다 보니 ‘강원을 푸르게, 더 푸르게’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동부지방산림청, 속초시청 등이 해마다 이 행사를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같이 줄선 몇몇 이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매년마다 와서 나무를 몇 그루씩이나 받아갔다고 한다. 아뿔사,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장에 가서 몇 만원씩이나 주고 감나무를 사오지 않았나. 역시 아는 것이 돈이로구나, 뼈저리게 느끼며 참석인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작은 종이표 두 장을 받았다. 표 한 장당 나무 한 그루씩 교환할 수 있었다. 줄 끄트머리께 서있었는데 차례가 되어 매실나무와 자두나무를 받기까지 한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 행사진행이 착착, 생각보다 훨씬 빨리, 능숙하게 진행되었다. 3시가 되기 전에 줄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무 두 그루씩 들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년에는 반드시 겨울 잠바를 입고 나오리라 다짐하며 나도 서둘러 따뜻한 집으로 돌아왔다. 위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지난 1일 속초시 엑스포장에서 나무 나눠주기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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