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뉴스홈 > 기획특집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예술가의 작업실<12> – 사진작가 전태극(하)
사진가가 된 대포항 원조 횟집 사장님
등록날짜 [ 2018년12월03일 15시07분 ]

사진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태극 작가의 모습은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마치 처음부터 타고난 사진가 같다. 사진 이론과 수많은 사진작가의 이름, 그리고 사진 철학에 대한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는 처음부터 사진을 직업으로 삼았을 것 같다. 그런데, 작가는 뜻밖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두 갈래의 길
작가는 그의 가족이 대포에서 가장 먼저 횟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래는 그의 부친이 1960년대에 대포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가게에 생선을 들고 와서 손질해 달라고 해서 먹다가 점점 주위에 알려지게 돼 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횟집을 열었다. 그는 부모, 형제와 함께 횟집을 운영했고 돈도 제법 벌었다. 가게에는 검찰, 공무원, 방송국 임직원 등 단골들로 북적였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왔다. 그 횟집은 TV에 나온 적도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작가는 “지금도 물회를 맛있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외의 얘기를 들려줬다.
가족과 함께 횟집을 운영하던 그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대 후반의 일이다. 결혼해서 아기가 태어난 이후 아이 사진을 잘 찍어주기 위해 사진을 배우게 됐다. 만약 당시에 그가 다정한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성업 중인 가게에만 공을 들였다면 전태극이란 사진작가 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작가가 처음 사진을 배울 때에는 부친의 눈치를 많이 봐야만 했다. 부친은 사진이 먹고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아들의 사진 공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태극 작가는 부친의 눈치를 보면서도 사진 공부를 위해 서울까지 오갔고 관련 책들을 모으며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노력했다. 몇 번의 이사 과정에서 책을 많이 버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의 자택 거실 한쪽 벽면을 사진집들이 차지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책들도 적지 않다. 그 중에는 로버트 애덤스(Robert Adams), 프랭크 골크(Frank Gohlke)처럼 인간에 의해 훼손되고 변형된 풍경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록한 뉴 토포그래픽스(New Topographics) 사진가들의 작품집이 보이고, 1958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집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The Americans>도 눈에 띈다.

‘Park City’와의 조우
전태극 작가는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부터 사진에 대해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초보 사진가라면 보통 근사하게 찍는 것에 관심을 두는데 그는 그런 것을 넘어서 사진이 가진 기록으로서의 측면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생각에서 예쁘게 찍은 사진보다는 사회적인 의미를 담는 것에 관심을 뒀다. 그런데 그는 당시 본인의 생각에 대해 약간의 의문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그가 찍은 사진을 두고 “이상하다, 어둡다”는 식으로 한 마디씩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국 출신의 사진작가 루이스 발츠(Lewis Baltz)의 <Park City>라는 사진집을 발견하게 된다. 루이스 발츠는 건축을 전공한 사람으로 개발에 의해 변화, 파괴되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주로 찍은 작가이다. <Park City>도 무덤덤한 시각으로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집으로 전태극 작가는 이 작품집을 보고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진을 찍는다는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속초 사진가, 훈춘을 기록하다
전태극 작가는 대포에서 나고 자랐다. 작가는 군 생활 3년을 빼고는 계속 속초에 살고 있으며 수십 년째 우리 지역을 사진으로 기록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펴낸 사진집이 세 권인데 그 중 두 권은 속초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한 권은 <훈춘이야기>라는 제목의 중국 훈춘 지역을 촬영한 사진집이다. 주로 속초와 인근 지역 사진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의 이력에서는 약간은 이질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오래 전부터 훈춘을 사진 속에 담아 왔으며 <훈춘이야기>는 사회적 풍경을 다룬다는 점에서 작가 특유의 시선이 잘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전태극 작가는 지난 20년에 걸쳐 훈춘에 스물여섯 번 다녀왔다. 한 번 갈 때마다 보통 10일 이상씩 머무르며 사진을 찍었다. 전태극 작가의 사진집 <훈춘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사진들이 적지 않다. 커다란 고기 덩어리가 놓인 거리 정육점은 우리에겐 없는 풍경이어서 생소하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썰어 놓은 고기를 근경으로 두고 풋풋한 미소를 띠는 젊은 아가씨의 모습이 흥미롭다. 도심에 당나귀를 끌고 와서 농산물을 파는 상인, 도축한 돼지 한 마리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남성 등 그들에겐 평범할 모습들을 한 이방인이 포착했다. 이들 사진은 먼 훗날 중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사진가의 길
요즘은 사진을 하는 인구도 많고 사진을 잘 찍는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작가는 어떤 작품을 찍어야 하는 것일까? 아름답게, 멋있게만 찍는 것으로 사진의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는 힘든 일이다. 남들과는 구분되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사진을 탐구해 나가는 자세에서 예술성이 올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사진은 기계장치인 사진기로 찍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카메라로 무턱대고 찍는다고 해서 모두 좋은 사진은 아니다. 하나의 좋은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노력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사진이 예술성 있는 사진일지 평범한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사진가도 이런 질문 앞에서 대답을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명확한 것은 있다. 사진작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짚어보는 것은 가능하다. 전태극 작가는 자신만의 사진 철학을 가지고 우리 지역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그는 거의 매일 속초 곳곳을 걸으며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지향을 명확히 하고 그가 꿈꾸는 예술을 향해 수십 년을 걸어왔다.      
   <끝>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작가의 2018년 개인전 <속초의 재발견> 전시 작품 – ‘눈 내린 직후 청초호와 설악산’(2016년 작).
전태극 작가.
2002년 개인전 <인제보고서> 전시 작품.
작가의 두 번째 사진집 <훈춘이야기>에 실린 작품 ‘배달’(2007년 작).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좋아요 0 싫어요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등록문화재를 아시나요?…낡은 건물 부수기 전에 생각해 볼 것들 (2018-12-03 15:14:18)
설악신문·속초종합사회복지관 공동 캠페인 / ‘2018 연말연시를 불우이웃과 함께’ (2018-12-03 14:24:15)
(주)설악신문사·속초연탄은행 ...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이마트와...
금강산대순진리회 고성군에 연탄...
거진읍 제3회 다(多)사랑 행복나...
설악신문·속초종합사회복지관 ...
속초여고총동문회 불우이웃돕기 ...
1
설악권 시장·군수 기소여부 주목
김철수 속초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
2
고성에 아파트·주상복합시설 잇단 추진
3
불편함 감수하면서도 ‘교복 착용 지지(57....
4
양양 낙산지구에 대형 아쿠아리움 만든다
5
기고 / 폭탄주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