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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호동 아바이 김상호 옹의 살아온 이야기<11> – 아내에 대한 아픈 기억
속초가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 나선 아내
등록날짜 [ 2018년12월03일 14시58분 ]
 입대를 2개월 앞두고 친구와 함께 풍기로 가서 여직원을 만났을 때 김 옹은 자신의 마음을 얘기했다. “당신을 데리러 왔고 어른들에게 허락을 받고 싶다”는 말이었다.
이에 그 여직원의 마음도 이미 결정됐는지 여직원은 김 옹이 친구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나이 차이가 거의 없는 숙부와 같이 왔다고 하라고 일렀다. 친구와 같이 왔다 하면 큰언니를 비롯한 집안의 어른들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평소에 친구에게 하던 버릇이 일시에 바뀌기는 힘들었다. 집안 어른들 앞에서 긴장한 탓이었는지 숙부 역할을 하기로 한 친구를 계속 평소처럼 대했고 이런 상황에서 집안 어른들이 속아 넘어가기 힘들었다. 숙부와 함께 왔어도 허락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모습까지 나오니 그 여직원의 가족들이 아주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이 상황에서 김 옹은 다시 진심을 다해 호소했다. 진심이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김 옹의 말에 여직원의 가족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집안 어른들은 “그렇다면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자”고 얘기했다.
속초가 어딘지도 잘 모르던 한 여성의 대답은 벌써 정해져 있었다. 당사자의 의사는 김 옹을 따라서 속초로 가는 것이었다. 20대 초반 여성이 그렇게 김상호라는 청년을 따라 나서며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김 옹의 아내는 김 옹이 군에 가 있는 동안 김 옹의 양친을 모시고 동생 셋을 돌봤다. 김 옹의 아내는 당시에 김 옹의 어린 막내 동생이 먹을 게 없는데 밥을 달라고 자주 졸라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옹의 아내는 당시 청호동 집 근처에 있던 생선 조미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공장에는 청호동의 20~30대 여성 상당수가 다니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살던 청호동 아낙들은 생선 할복을 잘했지만 김 옹의 아내는 산골 출신이라 일이 생소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입대 직전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올리지 못했던 결혼식은 제대하고 몇 개월 후에 비로소 할 수 있었다. 고향 사람들이 마련한 북청 도청(都廳 - 마을 모임을 위하여 마련한 장소)에서 저렴하게 예식을 할 수 있었고 주례는 중학교 담임이었던 수학 선생님이 맡았다.
김 옹은 제대 후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배를 다시 타게 됐다. 청호동에서 살아가는 남자에게는 어쩌면 숙명 같은 일이었다.
김 옹의 아내는 김 옹이 제대한 이후에도 생선 조미공장에서 계속 일을 했다. 그런데 김 옹의 아내는 몇 년을 일했어도 어릴 적부터 고기 손질을 많이 해본 사람들의 실력을 따라잡기 힘들어 여전히 애를 먹었다.
그러던 언젠가 아내가 공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해서 돌아오면 소변 냄새가 난 적이 있었다. 김 옹은 아내에게서 왜 그런 냄새가 나는지 궁금했지만 예전에는 연탄불에다가 물을 데워 대충 씻던 시기라 아내가 잘 씻지 못해 그런가 싶어 아무 말 않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아내에게서 소변 냄새가 계속 나자 결국에는 아내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내의 대답은 이랬다. 당시 생선 조미공장에서 여성들은 4~5명이 한 조를 이뤄 생선을 손질했고 노임은 조별로 지급됐다. 한 조에서 누가 일을 더 잘하거나 혹은 조금 못하더라도 돈을 똑같이 나눠 가졌다. 그런데 다들 생선을 잘 다루는데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실에라도 한 번 갔다 오면 일이 더 뒤처지기 때문에 아내는 오줌을 참아가면서 일을 하다가 결국에는 난감한 상황을 겪게 된 것이었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게 미안해. 나는 양심상 그러지 못해.”
그때 아내는 이렇게 얘기했다. 김 옹은 이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상호 ·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김상호 옹 부부가 북청 도청(都廳)에서 올린 결혼식 사진.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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