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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통신 / 나이 듦이 고맙고 아름답다
등록날짜 [ 2018년11월26일 13시15분 ]
올해로 노인의 날이 22회가 되었단다. 나라에서도 노인이 된 것을 기념하는 날까지 정해서 축하해 준다는 것이다.
나는 노인이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일반적으로 노인은 나이가 들은 늙은이를 일컫는 지칭이란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내 나이가 늙은이가 되었나보다.
그런데 이번 노인의 날 행사에서 내가 속초시장상을 받았다. 그것도 노인복지 기여자로 표창을 받았으니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살아온 일흔 일곱 해가 헛되이 살지는 않은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하고 늙어가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한다.
누구나 다 젊은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모두들 꿈도 있었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바쁘게 살아왔다.
나도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아이들 자라는 것에 희망과 꿈을 그리며 바쁘게 살아오면서 힘들어도 고생이라 생각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세월에 밀려 아이들 다 짝 맞추어주고 새 가정 이루고 손자 손녀들 속에서 나를 잊어가고 있었다.
그 힘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몸은 늙어가고 있었고 이만큼 밀려나서 나를 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몸이 고장 나서 아픈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래도 내 몸 아픈 것보다 아이들 자라는 것이 더 고맙고 힘든 줄 모르고 살다보니 어머니에서 할머니로 호칭이 바뀌어있다. 이제 내가 할 일도 많이 없어졌다.
그러던 차에 낙산사 도반들과 함께 종합사회복지관에 도시락 만드는 일을 돕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한글 교실(청어람) 선생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내가 선뜻 나섰다. 한 해, 두 해 가다보니 아홉 해가 되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르신들께 이름을 익히게 했고 가나다라를 깨우치게 하면서 함께 웃고 즐기다보니 내가 즐거워졌다. 자신들의 이름과 주소도 겨우 적어보던 것이 이제는 일기를 써와서 맞춤법을 고쳐달라면서 내민 일기장은 오자투성이로 엉뚱한 말이 되어서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이런 재미로 학교에 온다고들 즐거워한다.
등교하면 모닝커피 한 잔 놓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건강체조로 몸을 풀고 공부를 시작한다.
가끔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김장철이 되면 김장 걱정도 하는 사이에 한 두 사람 멀리 돌아가신 분도 있다.
봄, 가을철에는 나들이도 갔다. 설악산 단풍구경도 좋았고 오산리 선사유적지도 탐방했고 양양양수발전소도 견학했다. 속초 시내 초등학교와 연계해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통합 수업도 받아봤다. 그 중에 속초초등학교에서 특별히 가을운동회에 참가할 기회를 배려해 주셨다. 난생 처음으로 달리기도 하고 콩 주머니로 바가지 터뜨리기도 하면서 어린 아이들처럼 즐겁게 뛰어 놀기도 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글도 익히고 공부해서 해마다 한두 분씩 중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셨다.
비록 몸들은 다 늙고 아픈 어르신들이지만 마음은 청춘으로 열심히 배워서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놓고 이다음 자녀들이 유품을 정리하다가 낙서장 같은 읽기를 읽어보고 오래 오래 가슴에 살아남게 하고 싶다.
나도 당뇨환자가 된지 30년, 천식에 허리까지 아파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으면서 가끔씩 힘들면 복대로 허리를 지탱해 가면서도 빠지지 않고 복지관에 나온다. 어르신 학생들과 나는 어느덧 사제지간이 아닌 벗이 되어있었다.
내가 나이가 들고 늙은이가 되어있어도 아침에 일어나면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삶에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가끔씩 눈여겨보면 노인복지관 버스에서 힘들게 내리시는 어른들의 얼굴에는 모두들 생기가 도는 것 같다.
나는 생각해본다. 오노요꼬가 말했듯이 어떤 사람은 나이 열여덟에 늙은이가 되고 어떤 사람은 아흔 살에도 청춘이란다. 내 나이는 석양에 지는 해가 서쪽 산자락을 넘어가면서 마지막 햇살로 하늘을 붉게 물들여 썬샤인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 듯 나이 듦이 고맙고 아름답다.
이미자 시민기자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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