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차례 일본을 다녀왔다. 돗토리현의 요나고시 일대와 대마도를 탐방했다. 강원도와 돗토리현은 자매결연 교류 22년을 맞이하고, 속초시와 요나고시는 자매시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시 거리산책을 하는 도중 함께 한 김모 고문이 “일본 밤거리는 무지 캄캄하네”라고 말하자, 일행 모두가 크게 공감했다. 그만큼 일본의 밤거리는 캄캄했다.
물론 동경 같은 대도시는 다르겠지만, 일본의 작은 도시에서 맞이하는 초저녁 밤거리는 많이 어둡다는 인상을 받았다. 골목을 오가는 자전거 전조등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바퀴에 부착된 자가 발전기 자전거가 많았다. 편리성으로 보면 건전지가 좋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자가 발전기일 것이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어찌나 한적한지, 뒷골목에서는 발걸음 소리도 크게 들릴 정도여서 헛기침 인기척이 필요하다 싶었다. 대마도는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곳곳에 눈에 띄는 한글 표지판 외에는 별다른 특색 없이 시내거리는 더욱 한산했다. 어두운 거리라서 손전등이 생각났다. 관광지임에도 유흥시설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조용했다.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어린 시절 고향마을 밤 골목을 추억했다. 작은 것도 이웃끼리 나눠먹던 시절, 어머니가 파란색 동심원 배접시에 가을 시루떡 두세 쪽을 얹어주시면 캄캄한 마을길 따라 집집마다 떡 심부름을 했었다. 둘째 형님과 둘이서 등불로 길을 밝혔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때라 절약은 기본이었고, 가난해도 이웃 간의 질서와 도리는 엄격했었다.
여기서 선진국의 절약정신과 기초질서의식을 생각해본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이 선진국의 겉모습이라면, 국민적 의식수준인 절약과 질서가 이면의 척도일 것이다.
첫째는 교통질서이다. 난폭운전을 볼 수 없다. 아무리 천천히 가더라도 경적을 울리는 법이 없다. 횡단보도에 사람만 나타나면 멀찌감치 차량이 멈춘다. 피서철 난폭운전으로 달려드는 불안한 새벽예배 길이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일본에서 한번은 버스가 출발했는데 스마트 폰의 행방이 묘연했다. 급히 버스기사에게 돌아갈 것을 부탁하자 후진으로 가도될만한 길을 구태여 입구를 찾아 우회하는 운전자에게서 철저한 교통질서의식을 보았다.
둘째는 거리청결이다. 어디를 가도 휴지하나 없다. 간선도로 이면도로 마찬가지였다. 논밭과 개천에도 폐비닐 하나 없었다. 시민들의 흡연문화는 너무나 부러웠다. 노인들도 한손에 개인용 재떨이를 들고 정지상태에서 피웠다. 재떨이를 가방에 넣어 다닌다고 했다. 간혹 지나가면서 담배피우는 사람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이었다.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노상방뇨는 아무리 보아도 없었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버리고 가는 시위현장의 쓰레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셋째는 절약문화이다. 잘사는 선진국가인데도 음식에 인색했다. 단무지는 손톱 크기 두 쪽이 전부였다. 더시키면 여지없이 추가요금이 계산된다. 당연히 음식쓰레기가 적을 수밖에 없다. 단체관광객을 모셔 와도 가이드에게 제공되는 공짜음식은 없다고 했다. 일본의 전기사용량은 우리나라의 두 배를 넘지 않는다. 여름철 최대 전기사용량으로 대국민 절약방송을 하면 그 다음날은 무더위가 심해도 소비전력이 급격히 줄어든다고 가이드가 전했다.
일본의 기본적인 질서의식을 배워야 한다. 정서적으로 일본이 곱지 않더라도 우리가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열기가 한창이다. 모 정당 대표가 “사람이 변해야 정치도 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통칭으로는 너무 막연하고 모호하다. 말은 정확해야 한다. 국회가 변해야 한다. 정치인이 먼저 변해야 정치가 변하고 국민이 따라 바뀐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깨끗하고 솔선수범해야 나라의 기초질서가 바로 선다. 이것이 근본적 원리이고 원칙이다. 선진 대한민국, 기초질서부터 업그레이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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