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메리 올리버의 동명책 ‘완벽한 날들’의 글귀처럼, 작은 서점과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는 북&스테이 ‘완벽한 날들’도 무수히 많은 방식의 하나처럼 매우 독특하고 개성있는 공간이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뒤쪽의 아주 좁은 골목길 안에 자리잡은 ‘완벽한 날들’은 카페를 겸한 작은 서점이다. 2층에는 방 3개의 아주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매일 같이 떠나고 떠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버스터미널 바로 뒤쪽이지만 그리 쉽게 눈에 띄는 곳은 아니다. 마치 사람들의 바쁜 걸음이 순간적으로 느려진 것처럼 그곳에서는 완벽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 있다.
작은 서점이라는 말 그대로 이곳은 책이 겹겹이 쌓여 있고 정보와 지식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일반 서점과는 사뭇 다르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커피향이 은은히 배어 있고 그리고 주인 최윤복씨가 지극히 주관적으로 주문한 약간(지극히 상대적인 표현이지만)의 책들이 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자신에게 ‘쉼표’를 선물한다.
완벽한 휴식이라는 ‘다른’ 여행을 제안
이곳을 운영하는 최윤복씨와 하지민씨는 여행객들에게 ‘다른’ 여행을 제안한다. 여행객 모두가 같은 곳을 가기 위해 줄을 서고 유명 맛집을 찾아 번호표를 받고 여행에서조차 사람들의 북적거림을 견디는 획일화된 여행이 아니라, 자신에게 한가로움과 휴식을 줄 수 있는 조용한 여행을 제공하고자 한다. “맑은 자연 속에서 가슴에 품은 책을 읽으며 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완벽한 날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름을 짓고, 책방에서의 하룻밤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푸른바다 마음껏 바라보기, 고즈늑한 호숫가 천천히 걸어보기, 설악산 숲길 걷기처럼 자신을 위한 시간을 여행의 하나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안은 꽤 설득력이 있는지 쉼표 여행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름 유명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팔지 않는 서점
완벽한 날들은 특별히 분야가 정해진 전문서점은 아니다. 여행 중 읽기 쉬운 가벼운 책부터 다소 무거운 인문학 서적, 그리고 지역 출판사와 지역 작가들의 책도 있다. 일반 서점의 유통과 달리 직접 주인이 고르고 주문한 책들이 진열된다. 주인의 주관적인 선택이 개입되는 순간이다. 특별히 선호되는 분야나 작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은 분명하다. 베스트셀러. 모든 서점이 팔고 있고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책을 굳이 여기서까지 팔고 싶지 않다는 최윤복씨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당연히 입시를 위한 참고서나 어학서적, 자기개발서도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자신의 분야에서 자기 목소리를 조용히 던지고 있는 작가의 책을 선호한다고 한다. 작은 생각에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조금씩 ‘물들여나가는 것’, 서로에게 자신의 색상을 ‘묻히는 것’, 이 공간이 꿈꾸는 일이다.
완벽한 산책 : 자기 목소리를 가진 작가와의 북콘서트 자주 열어
완벽한 날들에서는 ‘완벽한 산책’이라는 인문/문화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자기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을 초대해 북콘서트를 열고, 음악공연과 미술전시도 함께 해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시도한다.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낸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의 저자, 은유 작가의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숨’의 저자 박성진 시인도 초대되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라는 시집을 낸 젊은 시인 박준의 북콘서트는 꽤 인기가 있어 일찍부터 예매가 끝나기도 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시작으로 ‘대리사회’, ‘아무튼, 망원동’, ‘고백, 손짓, 연결’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재미있으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불편하지 않게 건드려주는 인문학자 김민섭 작가와의 북토크도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이고, 공감하고, 그리고 서서히 물들어 가는 어울림이 있는 공간이 최윤복씨가 만들어가는 꿈이다.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소박한 꿈을 꾸는 공간
완벽한 날들을 운영하는 최윤복 씨는 속초 출신이다. 대학을 다니며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졌고 성공회신학대 NGO 대학원을 다니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꿈꾸었다. 졸업 후 부천 이주노동자 상담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립과 정착을 돕는 일을 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조선소가 일꾼들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자 아버지를 돕기 위해 속초로 돌아왔다. 가족이 두 명에서 세 명이 되면서 가족의 삶에 대해 고민을 했고 대도시로 돌아가 쳇바퀴처럼 꽉 짜인 시계에 맞춰 살기보다 작은 도시에서의 소박한 삶을 선택했다. 아파트 대신에 양양 둔전리에 집을 얻었고 아이는 시골 초등학교의 유치원에 다닌다. 유치원생이 모두 다 합쳐 단 7명이다. 사람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랑이 있는 곳, 바로 최윤복씨가 꿈꾸는 삶이다. 북&스테이 완벽한 날들이 여행자들에게 삶의 쉼표를, 이곳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소통을 주는 공간이 되려고 하는 것도 최윤복씨가 살아오고 꿈을 꾸던 것의 연장선에 있다.
책방에서의 선물 같은 하룻밤, 그리고 완벽한 휴식, 그리고 작은 어울림이 있는, 자신들만의 완벽한 날이 되기를 꿈꾸는 ‘완벽한 날들’은 최윤복씨가 그려내는 자신만의 브랜드이다. 장혜경 시민기자
완벽한 날들의 대표 최윤복씨.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뒤 골목길 안에 있는 ‘완벽한 날들’.
완벽한 날들에서 만드는 구즈들.
인디가수 강아솔의 음악회
김민섭 작가와의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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