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속화철도사업 확정 이후 이어지는 속초지역 대형 건축물 개발붐을 타고 청호동 새마을지역에서도 재개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속초지역의 건축시장이 새마을 재개발 바람이 일었던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여서 기대감이 커진 반면, 10년 전에도 온 동네를 뜨겁게 달구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적이 있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새마을 재개발 설문 내용=청호동 새마을 지역사회에 따르면 새마을의 재개발과 관련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지가 최근 이 마을 토지소유주들에게 전달됐다.
토지소유주들에게 전달된 설문지에는 ‘마을(새마을) 주위에서 한창인 대형 건축물 공사가 완료되면 우리 마을은 주변의 대형 신축아파트들에 끼여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우리 마을도 아파트를 짓자는 생각에 주민들의 의견을 묻게 됐다’며 설문취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설문지에서는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찬·반 여부’, ‘찬성한다면 그 이유(재산증식·주거환경개선·기타 등)’, ‘반대하는 이유(이주 불만·공사비 부담·현 상태 만족·기타)’ 등을 물었다.
본보는 설문지를 배포하게 된 정확한 취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일 설문지에 적힌 설문지 작성자로 보이는 인물과 전화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토지소유주는 “동서고속철 이후 마을 주변에 잇따라 대형 건축물들이 신축되면서 우리 마을만 더 낙후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는데, 재개발 소식이 들려 매우 기대가 크다”며 “재개발로 이어져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새마을의 이미지가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마을 주민들 반응=지난 7일 오전 장대비 속에 찾은 청호동 새마을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날 리어카 하나 간신히 다닌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둘러보니, 일부 가옥들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듯 했다. 또 반파 상태로 방치된 가옥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날 만난 주민들은 재개발에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좁은 골목 중간에 설치된 하수구 맨홀 뚜껑에 쌓인 이물질을 제거하던 한 할머니는 “재개발” 질문에 “이제 어디 가겠어”라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한 주민도 전화통화에서 “ 나도 설문지를 봤는데 주체가 분명치 않아 어디서 추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주민 대다수가 재개발에 공감하지만, 고령층이 많다 보니 재개발 기대 분위기는 10년 전보다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시도 “재개발과 관련한 소문이 있었지만,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새마을 지역은 10년 전인 지난 2008년에도 재개발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등 마을 전체가 뜨거웠다. 당시에는 속초시가 노후·불량 주택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추진여부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당시 새마을 주민들은 소규모 주택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아 재개발 시 주민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었다.
최근 속초지역의 개발붐을 타고 재점화 되고 있는 새마을의 재개발 바람은 10년 전과 같이 600여세대에 이르는 주민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새마을은 1968년 청호동 지역을 강타한 해일로 하루아침에 생활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이전해 정착하면서 탄생됐으며, 5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다닥다닥 붙은 좁은 골목길과 낡은 가옥들로 꾸준히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속초지역 대형 건축물 개발붐을 타고 청호동 새마을 지역에 다시 재개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전에 찾은 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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