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 늑대가 출몰하고 있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초점을 맞추지만, 정작 최대 피해자는 선한 양들이다. 아무 잘못 없는 양들만 늑대에게 잡아 먹혔다. 정직하지 못한 지도자 때문에 선한 백성만 수난을 겪은 것이다. 아니, 우리 사회는 양치기 소년이 자기 양을 잡아먹고 있지 않은가?
유치원 비리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일부 부도덕한 경영자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실망과 분노에 빠져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최대 피해자는 선한 양인 어린이들이다. 실상이 드러나고 궁지에 몰리자 잘못에는 반성과 참회가 우선이라고 가르쳤던 교육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검은 색 시위복장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원장들도 학습효과로 떼법을 배웠다. 그런데 국민 모두는 원칙을 무시한 떼법의 원조가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가장 빈번한 늑대 출몰 현장은 정치판이다. 여의도에서 기초지자체까지 나라 전체가 평준화 되었다. ‘거짓말 할 줄 모르면 정치의 꿈을 포기하라’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입문자의 기본상식이 되었다. 지난 8월 28일 허익범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경남지사와 공모해 조작한 댓글 공감·비공감 수가 8,840만 건에 이른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사건은 여전히 견고하게 진행 중이다. 불공정 법집행과 불평등에서는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박탈감이 외로운 늑대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불공정 사회에 대한 개인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생적 테러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피시방 잔혹사건도 일종의 외로운 늑대에 의한 사회적 불만의 표출일 것이다.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적폐청산은 구호이고 생활적폐는 여전하다.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분노를 목격한다. 주차장 문제, 줄서기 다툼, 서비스 불만, 거친 말투, 음주 세계 수위, 손에 병든 국민이다. 지도자만 태연히 모른척하나 보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의 동기는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유발이었다. 비록 대량의 양 몰살이라는 참극을 빚었지만 동기는 단순했다. 그러나 오늘날 늑대의 출몰은 지극히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다. 피해 역시 온오프라인 차이만큼 크다. 진실의 실종과 거짓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 사라진 결과이다. 인간의 죄성을 본다. 한민족은 5천년동안 도덕을 가르치고 배워왔다. 자그마치 5천년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개선광정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점차 거짓이 만연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본질적 부패요, 전적 타락이다.
어떻게 늑대를 몰아낼 수 있을까? 백주의 정오에 무법자 악당과 결투한 하이 눈(High Noon)의 주인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게리쿠퍼는 없다.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에게 “총 잘 쏘는 사람이 아닌, 이 일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무법자에게 자유를 빼앗긴 것은 마을 사람이고, 주인공은 단지 이방인이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정오의 결투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기들 일이면서 아무도 안 나온 것이다.
이와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이 주인인데 불법과 불의를 말하지 않는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고, 용기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일이라는 사람이 필요하다. 진실을 말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 최고의 지성 이어령 박사는 “늑대한테 잡혀먹는 양이 되지 말고, 늑대보다 강한 양이 되라. 그러나 늑대와 싸우다 호랑이가 돼서는 안 된다. 약한 양, 쫓기는 양이 아니라, 내 힘으로 늑대를 이기는 양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하늘의 통치는 정의롭다. 인간이 볼 때 불의가 왕좌에 앉아 있고, 정의는 단두대에 올라가는 것 같지만,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 그래서 역사가 베어드는 “하늘의 맷돌은 너무나 천천히 돌아가서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지만, 정의는 정의대로 불의는 불의대로 보드랍게 갈아 놓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비사니 일급비밀이니 가려도 결국 진실 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