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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브랜드를 꿈꾸는 사람들<7> - 양양 동산해변의 1호 서핑샵 블루코스트
동해안 서핑의 시작, 여행의 지도를 바꾸다
등록날짜 [ 2018년11월05일 18시01분 ]

서핑샵 블루코스트가 양양 동산 해변에서 처음 자리 잡은 것이 2009년 여름. 올해로 딱 10년째이다. 동해안에서 서핑은 너무도 생소하고 낯선 이름이던 때였고, 어쩌다 한 번씩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을 동네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 서퍼들 중에 알렉스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는 정형섭씨도 있었다. 망망대해 바다만큼이나 고즈늑하고 조용하던 동산해변에 문닫힌 작은 횟집을 빌려 서핑샵을 열었다. 동해안 제1호 서핑샵 블루코스트이다. 그리고 그곳을 시작으로 동해안 서핑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고즈늑한 해변에 낯선 서퍼의 등장, 우연한 출발
정형섭씨의 블루코스트가 열리자 한 명, 두 명, 세 명, 아주 느린 속도로 서핑이라는 낯선 스포츠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양양을 찾았다. 이곳에서 서핑을 배우고, 함께 서핑을 즐겼던 사람들의 입에서 동해안 서핑의 놀라운 매력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한 해가 다르게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다. 2009년 블루코스트가 첫 문을 연 이후로, 이듬해 2010년에는 형섭씨와 같이 서핑을 타던 몇몇 사람들이 동산 해변과 이어져 있는 죽도 해변에 새로이 서핑샵을 열었다. 부산에서도 제주에서도 서퍼들이 찾아와 하나 둘 가게를 열었다. 한 해에 서너 개씩 새로 열리던 가게가 어느새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죽도해변에만도 수십 개, 동해안 해변마다 보드가 즐비하지 않은 곳이 없게 되었다.

물놀이 튜브 대신에 서핑보드를 들고 동해안을 찾는 사람들
동해안 피서지를 찾는 여행객의 손에는 물놀이 튜브보다 보드가 더 많이 들려있다. 서핑샵이 들어찬 해변을 중심으로 숙박 시설과 식당이 새로이 자리잡고, 카페와 펍이 들어서면서 여행지도도 바뀌었다. 양양은 송이축제와 연어축제에다 새로이 죽도해변에서 열리는 양양서핑페스티벌과 그랑블루페스티벌이라는컨텐츠를 더했다. 단풍객 뿐 아니라 거친 파도에서의 짜릿한 라이딩을 즐기는 젊은 서퍼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정형섭씨의 아주 우연적이고 작은 출발이 이 지역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밴드 가수에서 스노우보드 선수로, 그리고 이젠 서퍼로
블루코스트 대표인 정형섭씨는 동산해변에 내려오기까지 참으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젊어서는 헤비메탈에 빠져서 밴드 생활을 했다. ‘나티’라는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았고 ‘멍키헤드’라는 밴드도 만들었다. 밴드 활동으로는 수입이 거의 없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막일에 나섰다. 전시장 부스 설치일을 하기도 하고, 펍을 운영해보기도 했다. 겨우겨우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스노우보드에 빠졌다. 뒤늦게 스노우보드 선수가 되어 겨울에는 대회에도 나가고 또 코치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죽도 해변의 수제 햄버거 가게 파머스키친을 운영하는 박성진 씨를 만난 것도 그 시절이었다고 한다. 박성진씨가 고등학생이었으니 인연이 2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운영하던 펍도 문을 닫고, 밴드 활동은 지지부진해지고, 서울 생활은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모든 걸 등지고 조용히 바다로 내려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양에 내려와 바다를 바라보다 이곳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해안을 오르내리며 해변을 뒤져 찾아낸 곳이 이곳 동산 해변이다. 그 어느 곳보다 파도가 좋았다. 부산과 제주는 여름에만 잠시 파도가 밀려드는 반면 동해안은 여름을 시작으로 겨울까지도 파도를 찾을 수 있어 오히려 서핑 시즌이 더 길었다.
서핑은 부산 송정에서 친구들과 타본 적이 있었다.당시에는 서핑이 생업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서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드와 수트를 빌려주고, 강습을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이렇게 하면 겨우 먹고는 살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고 한다. 대신에 마음 내킬 때면 언제든 서핑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또한 함께 파도를 타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멋진 인생이지 싶었다고 한다.정형섭씨의 우연한 출발이었다.

‘파도를 잡는’ 찰라의 순간, 그 기분을 잊지 못해 서핑을 계속
10년이 지난 지금, 주변은 너무도 변했다. 정형섭씨로 인해 양양은 서핑 여행이라는 새로운 컨텐츠로 유명해졌지만 그가 운영하는 블루코스트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가게도 10년 전 모습 그대로이다. 젊은 사람들처럼 인터넷 광고를 할 줄도 모르고, 대규모로 강습을 하지도 않는다. 처음 시작했으니 큰 돈을 벌었을 거라는 주변의 추측과 달리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 걱정도 없다고 한다. 대신 서핑을 가르치고 서퍼들과 어울리는 큰 즐거움을 얻었다고 한다.
서퍼들에게는 ‘파도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바다에 들어가 물속에서 몇 시간을 떠 있다가도 제대로 된 파도를 만나 단 1초라도 보드에 올라타는 찰라의 순간을 말한다. 그 찰라의 짜릿한 기분은 도무지 표현할 길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파도를 잡는 그 찰라의 순간 때문에 서핑은 계속되고 있는 거라고 말한다.

바다를 지키기는 건강한 마음으로 서핑문화 정착하기를 희망
정형섭씨의 블루코스트는 서퍼들에게는 꽤 유명하다.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지루할 만큼 기초를 철저하게 가르친다. 교육이 끝난 다음에도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엔가 다가와 다시 가르치곤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형섭씨에게 배운 서퍼들 중에는 꽤 실력자가 많다.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다시 이곳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블루코스트의 게스트하우스에 석달째 머물고 있는 장훈씨는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이곳에 내려와 영화대본을 쓰면서 아주 가끔은 파도를 탄다. 서울에서 수의사 일을 하는 이승훈씨도 오프때면 이곳을 찾는다. 요즘 배우는 사이드라이딩에 빠져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그것을 해내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제1호 서퍼로서의 희망을 물어보니 서핑 문화가 좀 더 질서 있게 배려 있게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에 열린 양양서핑페스티벌의 주제가 ‘Save Our Seas’인 것도 바다를 함께 지켜나가고자 하는 서퍼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서핑을 즐기는 마음이 이어져 있기를 희망한다.                       
장혜경 시민기자
서핑샵 블루코스트 정형섭 대표.
동산해변의 서핑샵 블루코스트.
서핑을 하고 있는 정형섭 대표.
해변의 서핑보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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