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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업실<11> – 한국화가 조정승(하)
속초를 사랑하는 원로 한국화가
등록날짜 [ 2018년11월05일 17시54분 ]

조정승 화백의 말에 의하면 상을 받기 위한 그림은 따로 있다. 그런데 그도 한때는 그런 그림을 그렸다. 세상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 화백은 지금 돌이켜 보면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 여긴다.
“특선 작품은 상에다가 그림을 맞춘 것이지요.”
조 화백의 말이다. 국전, 전남미술대전 등 많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가가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기보다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우선 우리는 이와 같은 조 화백의 견해를 듣고 그림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각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흔히들 권위 있는 사람의 평가나 유명세에 의존해 그림을 바라본다. 하지만 당대에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사람들에게서 각광을 받은 그림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면 현재 세간의 평가만으로 하나의 작품을 찬양하거나 폄하할 수는 없으며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의 주체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조 화백이 속초에 온 이유
조 화백이 속초로 이사 온 것은 1993년의 일이다. 스물여섯 해째 속초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설악산과 인근 지역의 시골 풍경에 반해 속초로 오게 됐다.
“강원도는 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농가도 멋집니다. 설악산과 그 근방의 풍경이 참으로 특색 있지요.”
작가의 이 말 속에는 지역을 아끼는 마음이 강하게 어려 있다.
작가는 속초로 이사를 오던 당시 설악산의 금강송을 본 것이 작은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남농(南農) 허건(許楗)의 문하에서 수학할 때 남농의 그림에서 본 소나무가 진경(眞景)이 아니라 관념이라 여겼었다. 그가 보기엔 스승의 그림 속에 있는 그런 나무는 세상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설악산에 왔다가 스승 남농의 그림에 있던 소나무가 실제로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의 인상이 강렬했고 결국엔 그를 속초로 이끌었다.
조정승 작가는 그림을 위해 고성, 양양, 인제, 홍천 등 인근 지역 마을 하나하나 다 가보았다. 그리고 작가는 시간이 날 때면 전국 곳곳을 누빈다. 매년 1월 1일에는 작가 스스로 신춘야외스케치라고 이름을 붙이고 목적지 없이 무작정 떠난다. 조 화백은 계획 없이 떠나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접할 수 있어서 이렇게 하고 있다. 계획이 없기에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무언가에 구속받지 않는다.
“계획 없이 떠나는 것은 어찌 보면 바보 같죠. 그런데 저는 어리석은 행위 속에서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보 같은 행위를 일부러 할 때가 있죠.”

한국화 저변 확대 위한 노력
조 화백의 말에 따르면 속초는 한국화 불모지에 가깝다. 한국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한국화 원로 작가인 조 화백은 지역의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우리 지역에 한국화를 널리 보급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2007년 속초교육문화관에 한국화 동아리를 만들었다. 2016년 봄 공무원 퇴직 후 속초시 평생교육문화센터에서 한국화반을 맡았고 양양에서도 한국화 수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정식 발간을 하지 않고 있으나 교재 두 권을 집필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교재는 꽤 세밀하다.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이 교재만 따라 해도 초보 딱지는 금방 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화 보급을 위한 그의 노력은 이제 차츰 성과를 내고 있다. 작가가 운영하는 ‘먹노리화실’ 제자 중에는 신사임당미술대전, 강원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사람들이 있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못지않게 힘들다는 공무원미술대전에서 특선을 한 제자도 있다. 현재 먹노리화실에서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준비 중인 사람은 2~3명 정도 된다. 그리고 조 화백은 한국화 전문작가를 길러내기 위한 노력 외에도 지역에서 미술 교육을 담당할 수준의 작가도 키울 생각이라고 한다.
조 화백에게는 수요일과 목요일이 강의가 없는 날이다. 보통 미술 전시가 수요일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수요일과 그 다음 날인 목요일을 비워두고 있다. 주요한 전시들은 서울에서 많이 열리기에 서울까지 오가는 시간을 고려하여 아예 이틀을 비웠다. 작가는 보통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서울에 간다.
미술 전시회는 화단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장이다. 작가는 한국화뿐 아니라 유화, 수채화 등 다양한 그림들을 골고루 살핀다. 그리고 전업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학생들의 전시도 꼼꼼하게 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에 오히려 기성 작가들보다 배울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작가는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기법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리고 파악된 내용을 자신의 그림에서 시도해 본다. 새로운 기법을 따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지금도 부단히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작가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탐구하는 자세로 그리고 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속초의 한국화가 조정승
작가는 혼자서 이따금씩 청호동을 찾는다. 청호동 구석 어귀, 사람들의 통행이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구상한다. 아바이마을의 집들이 이제 상당수가 카페와 음식점으로 바뀌었지만 그 중에 남아 있는 낡은 집들은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나가는 주민과도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작품 계획을 얘기한다. 청호동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작가에게도 청호동이 특별해 보인다. 청호동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볼 때 앞으로 지역민의 생활공간을 담은 그의 작품들이 더 많아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조정승 작가의 그림은 진도의 특별한 환경 속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그는 30년 가까이 속초에 살면서 설악산과 속초를 그려왔다. 지금도 부단히 예술세계를 다듬어 가는 작가의 그림에 대해 말할 때 이제 우리 지역을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조정승 화백의 그림은 진도에서 시작했으나 속초에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그의 영향을 받은 지역의 화가들이 늘어나 우리 지역에서 한국화의 저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속초시 평생교육문화센터 한국화반에서 교육 중인 조정승 화백.
한국화가 조정승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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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의 정원-영취소견(한지, 수묵담채,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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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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