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동 아바이마을(신포마을) 항만부지에 한 외지인이 ‘망향의 시비’를 관련 기관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속초시와 청호동 지역사회에 따르면 최근 갯배 체험 관광지로 유명한 아바이마을(신포마을) 앞 해변과 인접한 마을 입구 항만부지에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한 한 외지 시인이 무단으로 ‘망향의 시비’를 설치했다. 시비는 망향의 그리움을 담은 높이 2.5~3m, 넓이 1~1.5m 크기로 자신의 약력이 담긴 기념비도 함께 설치했다.
이 곳에는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당장 북녘의 고향 땅으로 달려가고 싶어 하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담은 속초시가 제작한 청호동 아바이마을 상징 조형물을 비롯해 ‘청호동 아바이마을 유래 조형물’, 지난 2000년 인기리에 방영된 가을동화 촬영지 및 청호동 아바이마을 변천사를 소개하는 안내표지판 등이 조성돼 있다. 또 목재로 만든 각종 조형물 등도 설치돼 있어 마치 아바이마을 해변공원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시가 수년 전 공모사업을 통해 조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재 시일이 지나면서 정확하게 조성 취지를 알고 있는 주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문제는 외지 시인의 시비 조성 부지가 국가 소유 항만부지(해양수산부)여서, 이 곳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반드시 항만부지 관리 위탁업무를 맡고 있는 강원도환동해본부로부터 부지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이런 행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향후 무분별한 기념비 난립으로 이어져 국내 대표 실향민마을의 상징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청호동주민센터는 지난 5일 이 외지 시인이 청호동 현지에서 망향의 시비 제막식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자, 마을번영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제막식은 열리지 않았다.
청호동주민센터 관계자는 “망향의 시비 제막식이 있기 전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에 상황을 보고했다”며 “개인 땅도 아니고 국가 땅에 부지 사용허가도 받지 않고 시비를 설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마을상가번영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궁극적으로 철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강원도환동해본부 속초사업소는 지난 24일 기자의 인터뷰 요청이 있자 현장에 나가 사실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행정조치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환동해본부 속초사업소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시비가 설치된 지번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에게 해당 시비의 철거를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당사자가 행정절차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할 방침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비를 설치한 외지 시인은 “망향의 시비를 일방적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라, 설치 전 청호동 현지의 자문을 받고 마을상가번영회의 동의도 받아 설치하게 됐다”며 “피난 초기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잠시 정착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시비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아픔이 잘 담긴 만큼, 아바이마을의 상징성과도 조화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결코 나쁜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일이 아닌 만큼, 지역사회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청호동 아바이마을 항만부지에 한 외지인이 ‘망향의 시비’를 무단으로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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