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지역의 대표 향토축제인 제53회 설악문화제가 지난 14일 제3차 거리퍼레이드와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역민들의 화합을 위해 지난 1965년 시작된 설악문화제가 반백을 넘어 가장 전통 깊은 향토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설악문화제가 막을 내리자마자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현장에서 설악문화제를 지켜봤지만, 올해처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한 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은 만큼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운영 미숙 등의 이유를 들어 ‘최악의 축제’라며 혹평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일부 운영 미숙을 이유로 ‘최악의 축제였다’는 평가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기간 심사숙고하며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관계자들과 축제기간 행사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봉사자들 및 지역주민들의 땀과 열정이 혹평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번 설악문화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반응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53년 전통의 지역 대표 향토축제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축제 첫날과 둘째 날 설악문화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거리퍼레이드가 음향시설 고장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한 참가자는 “거리퍼레이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음향시설 고장으로 흥겨워야 할 퍼레이드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관람객들도 같은 반응일 것이다.
축제에 대한 비평은 프로그램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행사와 공연 등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축제 공간에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체험거리 위주여서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또 속초가 국내 대표 관광지인데도 외지 관광객들을 위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해서 다 성공한 축제는 아니다. 속초 도심 한 복판에서 진행되는 축제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따라서 관람객 수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해마다 도출되는 문제점을 개선해 지역사회와 얼마만큼 공감해 가느냐가 중요하다. 속초시와 축제위원회의 철저한 반성과 혁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설악문화제 슬로건처럼 ‘50년 설악의 매력으로, 100년 축제의 설렘’이 될 수 있는 축제로 재탄생되길 기대해 본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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