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동 아바이 김상호 옹의 살아온 이야기<7> – 천막 학교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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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서 수업 받고 학교 짓는데 힘을 보태

등록날짜 [ 2018년10월22일 11시52분 ]

김상호 옹은 속초로 온 후 학교에 가지 않던 기간에는 나무를 하러 다녔다. 자신의 또래와 동네 형들,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청호동에서 현재 척산온천이 있는 곳까지 나무를 하려고 오갔다고 한다. 그때가 열두 살 될 때쯤이다. 청호동에서 마을 주민들 몇 명이 작은 배를 타고 청초호와 청초천이 만나는 곳까지 가서 배를 세워 두고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나무를 하러 갔다.
나무를 베는 것은 자신보다 좀 더 큰 형들의 몫이었다. 그들이 나무를 해서 작은 아이들이 들 수 있을 만큼의 양으로 묶어 놓으면 김 옹은 지게도 없이 나무를 등에 지고 왔다. 지게 없이 먼 길을 걸었기에 허리가 무척 아팠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마음에도 피난민들이 어렵고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기에 누구에게도 군소리를 않고 다녔다.
한번은 나무를 지고 오다가 힘이 들어 나무를 등에 매고서 그대로 무밭에 뻗어 버린 적이 있다. 그리고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나무를 등에 깔고 불편한 상태로 맥없이 누운 채로 무를 쳐다보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뽑아 대충 흙을 털어낸 다음 질겅질겅 씹어 먹었다. 무밭의 주인이 와서 자신을 혼낼 것도 두렵지 않았다. 누가 와서 붙잡아가고 싶으면 그러라는 식이었다. 이 말을 하는 김 옹의 표정과 어조는 약간 비장해 보였다. 수십 년간 쌓아둔 분통이 그제야 터지는 듯했다.
김상호 옹은 1953년쯤 속초국민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한다. 1950년 북청에서 인민학교 3학년을 마칠 때쯤 피난 온 후 다시 3학년으로 들어가게 됐다. 전쟁 중이라 인민학교 3학년에 다녔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학교에서는 김 옹의 말에 따라 3학년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옹은 속초국민학교에 들어갈 당시 학교 건물에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천막에서 수업을 받았다. 자신이 속초국민학교에 들어갈 쯤에는 작은 건물이 있었고 그 건물 옆으로 학교를 증축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3학년 편입 시 군인들이 학교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었고 그가 5학년쯤 돼서야 건물로 들어가서 수업을 받았다. 김 옹은 군인들에게 모래를 날라주면서 학교 공사를 직접 도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속초초등학교의 제공 사진에 의하면 속초초교는 1951년 9월에 개교했고 그때 비교적 큰 학교 건물이 있었다. 사진에는 수십 개의 학급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2층 건물 두 채가 교정에 서 있다. 김 옹은 이 사진을 보고는 이 건물들은 자신이 다닌 학교 건물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교실들이 있었으면 자신이 왜 천막에서 공부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사실 관계가 아리송해진다.
60년도 더 된 일이라 김 옹의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김상호 옹이 속초에 온 것이 1951년 8~9월로 추정되는데 자신이 속초에 오던 때에 학교가 건설되던 모습을 본 것과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 옹의 얘기가 구체적이므로 틀린 말로 치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속초초교에서 제시한 사진이 1951년 개교 당시의 사진이 아니라 1950년대 후반 이후의 사진일 수도 있다. 속초초교 관계자는 사진 속 건물이 지금 남아 있지 않고 학교 증축 기록 등 당시 자료가 거의 없어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김 옹의 이야기가 더 신빙성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상호·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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